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편린

가을 앞에 서다 - ( 2020.11.01 )

by the road of Wind. 2020. 11. 1.

                                                        2015-11-01 남양주 불곡산에서

 

 

 

가을 앞에 서다

 

나무들이 붉은 옷 갈아입고 서있다 여기 저기 불타는 나무들을 본다

봄 새싹 푸르더니, 무더운 여름 가고, 시간의 노정(路程) 따라 단풍으로 

이제 가을이 절정이구나 알리고 있다 길가에는 무수한 나뭇잎이 떨어져 있다

약간의 비에 젖은 낙엽의 길은 또 다른 만추(晩秋)의 우수(憂愁)를 느끼게 한다

사랑하기도 전에 가을은 가고 말 것인가? 가을을 붙잡아 두고 사랑하고 싶다

하나 하나 벗어 던지고 소멸하는 계절, ‘거리 두기’로 홀로된 나날의 삶이

우울감으로 힘들기만 하다 내 마음 속에 침전되어 있는 그리움의 파편들이

빗방울 듣는 가을 산을 적시고 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날아가는 철새처럼

힘겨운 시간들과 싸움하여야 한다 ‘코로나19’로 코를 덮고 입을 막은

마스크 군상(群像)을 본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이제 혼자 살아야 한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잠자고 혼자 일하고 혼자 상처받고, 홀로 생(生)을 살아가야 한다

우는 바람에도 내리는 비에 맞아도 살기는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사랑없이는 안된다

사랑 할 수 없고 사랑 받을 수 없는 삶은 그것 만으로 무간지옥(無間地獄)일 터이다

우수수 낙엽은 떨어져 날린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 삶의 거친 껍데기만 보이며

세상이 삭막할 때, 그 때 울고 싶을 때, 차거운 바위에 머리대고

내 가슴은 떨고 있을 것이다 어두운 밤 떨치지 못하는 걱정에 잠 오지 않는 밤,

잠들어도 꿈에서 일어나 어둠에 앉아 허전한 마음으로 있을 때가 많아진다

지난 일들이 문득 내면에서 일어선다 점 고립과 불안이 심화되는 것인가

무엇에 걸리지 않는 삶, 자유로운 삶에서 행복하고 싶다 

 

- ( 2020.11.01 )

'카테고리 구릅 > 내 마음의 편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년말 단상 - ( 2020.12.31 )  (0) 2020.12.31
12월에 - ( 2020.12.03 )  (0) 2020.12.03
골목 시장 - ( 2020.02.25 )  (0) 2020.02.25
설날 - ( 2020.01.25 )  (0) 2020.01.25
새로운 길 - ( 2020.01.21 )  (0) 2020.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