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손길 / 2012-12-26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손길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 부터 수십년전의 일이다. 그때 겨울방학 때 나는 객지에서 청운의 꿈으로 대학 다닌다고 혼자 고학하며 몸과 마음이 지칠데로 지쳐서 고향에 내려와 있었다. 타향에서 늘 그리워하던 고향이건만 막상 고향 마을에 내려오면 늘 마음이 심란하고 답답하기만 하였다. 초라한 현실과 처지가 나의 지친 몸과 마음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시리게하기 일쑤였다. 즐거운 마음도 없어지고 수심만이 마음에 그득하였다. 그러니 통상 방에 박혀 책을 읽거나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전 그날도 나는 초저녁 잠에 골아 떨어져있었다. 그런데 꿈속같이 얼굴에 무슨 손길이 느껴졌다. 잠깐 정신이 드니 그 손길이 어머님의 무디고 투박한 손길임을 알았다. 평소 무슨 사랑 표현이나 말씀이 없으신 분인데 너무 뜻밖이었다. 나는 꼼짝할 수가 없이 자는 쉬늉을 하고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떤 전율처럼 어머님의 사랑을 느꼈다. 객지에 자식 홀로두고 고생시키는 부모의 안쓰런 마음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 수십년이 흘러 내가 부모되고, 할아버지되니 그때의 어머님 마음이 더욱 또렸이 느껴지는 것이다. 오늘 추위가 매우 심하다. 이 추위에 고향의 우리 어머님은 잘 계시는지 생각하다 그때 그 어머님 손길이 생각난다. 사랑의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또렸해 지기만하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저의 불효를 용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