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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풍차

초겨울 나목(裸木)들 - (2010-11-26)

by the road of Wind. 2011. 1. 17.

            ( 2010-11-26  양주 불곡산에서 / canon 30D )

 

 

 초겨울 나목(裸木)들      -  (2010-11-26)

 

산에 사는 모든 나목들은

스스로의 소욕(少慾)을 내려놓고

숲속의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침묵의 기도를 준비하고 있네. 

 

지난 계절 켜켜히 샇인 것들

독선과 아집과 자고(自高)의 틀을 깨치고

이제 자연 질서의 엄숙함에 의지하여

자기성찰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네. 

 

시끄럽게 뛰어 놀던 이웃들

어디론가 몸을 숨긴 지금

적막의 공간에서 한해를 마감하려 하네.

 

떡갈나무  일어서고

도토리 나무  손들며

각자의 오욕의 짐들을

고백하려 하고 있네.

 

부대끼고 이웃하여 살아 오면서도

작은 풍파에도 서로 삿대질하고

홀연히 지나가는 미풍에도

서로에게 모진 손짓 해 댔구나. 

 

그러나 이제는 탐욕과

이기(利己)의 삐튼 맘 내려놓고

한 뼘 땅과 한 줄기의 햇볕 다투던

옹졸한 마음들 던져버리고

 

차가운 한파 몰아칠때

서로의 체온 나누고

혹한기 양식 없을 때

한톨의 자양분도 나눠먹자고

서로에게 머리 끄덕이며

조용히 고개숙여 서있네. 

 

툭, 또르르, 바스락, 

누군가 도토리 흘리는 소리.

 

사그락 사그락,

어디선가 지나 가는 겨울 바람.

 

    ( 2010-11-26  양주 불곡산에서 / canon 30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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