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달 - (2016-05-21)
오, 저 둥근달.
하늘 중천에 둥실떠서
지상의 나를 쳐다보네.
새벽 3시경.
오늘이 보름인가?
방안으로 들어와 달력을 보니
사월 보름, 정확하군.
달빛에 비추인 나는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파리한 하얀 광선이 관통하며
태초의 혼돈에서
나를 구원하듯
아주 새롭게 정화되는 느낌이군.
그런데 묘한 일이야,
고향 생각이 나는군.
보리밥과 삶은 고구마와
열무김치와 참기름 쳐진 멸치,
검은 보자기의 도시락...
산길인데 언제 학교까지 걸어가나?
8.2키로 2시간 반정도 거리.
갑자기 한숨이 나오는군.
아니 언제때야? 내가 왜 이러지?
교실 문을 열고
한밤 옥상으로 나와보네.
지금 여기는 어느 항구 산 비탈이야.
오, 저 명멸하는 불빛 보게나.
항구의 바다에도 비취지 않아?
거무스레한 산 그림자도 보이네.
고향 어머님 얼굴이 떠있네.
어머니가 내 손을 잡아주는군 그래.
너 고생 많지야.
미안하다 너 혼자 객지에 보내게되서.
그리고 이내 손 흔들며 눈가를 훔치시네.
내일 아침 라면 하나 끓여먹어야 하는데
라면 사 논 것은 있나?
내일 아침 이것 저것 할 일들...
지겹군. 이제 지겹군.
아, 이 신세 언제나 끝나려나?
아니 언제때야? 내가 왜 이러지?
친척집 다락방
조그만 창문 너머로
살며시 비추이는 저 달빛.
내려다 보이는 공터는 비어있고,
바람 소리 하나 없네.
이번 방학이 끝나기 전
다음 학기 공납금을 내야 하는데?
어떻하나? 휴학을 해야하나?
큰일이군? 뾰족한 방법 없으니?
어떻하나?
쌓여가는 근심...
아니 언제 때야? 내가 왜 이러지?
지금 한강 위에
커다란 보름달이 떠있어
나를 쳐다보고 있군.
저 강건너 마주보는 아파트,
지금 어떤 가수도
그림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있을까?
그런데 나는 왜
스산한 마음이 드지?
식구들은 고이 잘 자고 있는데...
강변북로를 질주하는 이따금의
차량 풍절음만이 정적을 흔드는데...
나의 내면에서 다시 떠오르는 것들.
무의식의 심연에서
일엽편주를 타고
바람 소리를 듣는 것 같군.
아니 언제 때야? 내가 왜 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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