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구릅/walking &

엄숙한 시간, 일상 - ( 2020.08.20 )

by the road of Wind. 2020. 8. 20.

엄숙한 시간, 일상  -   ( 2020.08.20 )

 

아침 일찍 고덕천으로 나가보았다. 낮 시간은 무더위로 운동하기 힘들기 때문에 해 뜨기 전에 약간의 산책을 해보려고 하였다. 나는 가능한한 매일 1만보는 의무적으로 걸으려 한다.

 

고덕천은 작은 지천 (支川) 으로 이번 폭우에도 큰 피해는 없었지만, 쓰러진 풀들도 거의 몸을 일으켜 푸르고, 개천을 흐르는 물도 많이 깨끗해 졌다. 거의 옛날의 평상(平常)을 찾은 것 같다. 직장 출근 하는 젊은이들,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 산책객들이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큰 물로 근심 걱정 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일상은 돌아가고 있었다. 수재(水災)를 당하여 한숨 쉬는 사람들이 있고,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다시 일상 (日常)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 돌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문득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엄숙한 시간'이란 시가 떠오르게 된다. 세상의 어디선가 나 때문에 울고 있는 사람, 무슨 이유로든 나를 비웃고 있는 사람, 그리고 누군가는 정처없이 내게로 오고 있으며, 이유없이 죽어 가는 어떤 사람은 나를 쳐다고보 있다는 시의 내용을 생각하면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것 같다. 지금 폭우 장마로 집 잃어버리고,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리고 울고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 전염병으로 중환자실에서 공포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그러면서 같은 인간으로서 어떤 비감(悲感)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인간으로서 그들의 고통을 생각해 보며 측은하게 생각하는 정도 뿐이다.   

 

 

엄숙한 시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세상에서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은
나 때문에 울고 있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웃고 있다
밤에 이유 없이 웃고 있는 사람은
나를 비웃고 있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걷고 있다
정처도 없이 걷고 있는 사람은
내게로 오고 있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죽어가고 있다
세상에서 이유 없이 죽어가는 사람은
나를 쳐다보고 있다.


Solemn Hour 

            - Rainer Maria Rilke

Whoever now weeps somewhere in the world,
weeps without reason in the world,
weeps over me.   

Whoever now laughs somewhere in the night,
laughs without reason in the night,
laughs at me.   

Whoever now wanders somewhere in the world,
wanders without reason out in the world,
wanders toward me.   

Whoever now dies somewhere in the world,
dies without reason in the world,
looks at me.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모든 세상 돌아가는 것이 정상은 아니며, 비정상 속에서 걱정거리는 한두가지가 아니며,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도 속으로는 말 못할 사정으로 절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세상에 실망하고 슬퍼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어려워 지면 사람들이 스스로의 이익에 집착하여 서로 싸우게 된다. 도처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서로 으르렁 거리며 싸우는 동물 세계와는 우리들은 분명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께서는  "누가 억지로 5리를 가자고 하거든 10리를 같이 가주어라. " - (마태복음 5: 41). 고 말씀 하셨다. 어려울 때 서로 동행(同行)이 되어 주기를 당부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된다. 혼자 걷기에 힘든 길은 동행이 있으면 의지가 되고 힘이 덜 드는 것 같이 느껴진다. 무섭고 위험한 길에서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이해하고, 너그럽게 감싸고 함께 가는 동행의 정신이 절실하다고 느낀다. 어서 코로나 전염병이 물러나고,  어려운 경제 상황이 나아져서 옛날의 그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간절히 바란다. 

 산 책: 걸음수 12,934 steps, 소모열량 439 kcal, 거리 8.9 km, 소요시간 01:53 hrs, 속도 4.7 km/h.

 코 스: 고덕천 (왕복)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영수 시인)는 풀과 같이

개천의 풀들도 다시 일어나 있다. 폭우가 지나고,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되는 아침시간이다. 

 

꽃들은 어제의 일도 잊었는가?

지금 활짝 웃고있다. 세상은 다시 밝아지고 있다.

 

폭우 속에서도 여물어 결실은 더욱 빛난다.

가을이 멀지 않았다.

 

옛날 기억으로 산에서 보던 산마처럼 생긴 풀이다.

넝쿨의 뿌리에 하얀진액이 나오며, 이것을 산 기슭이나 바위 위에서 불피우고 구워 먹으면 맛있었다.

 

장마 폭우의 흔적은 보이고 있다.

물이 불보다 무섭다는 옛말이 있다.

 

토끼풀...

토끼가 좋아하고 맛있게 먹던 토끼풀...그 토끼풀을 아침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