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예감 - (2010-9-13)
밤기운 싸아한 것이
가을을 느끼기게 하고
고추 잠자리 한마리
휑돌아 날개 짖 할 때
가을을 예감하게 된다.
뜨거웠던 여름 뒤로하고
청량한 가을 빛 한줄기.
이다지도 가슴 쓰리고
아픈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모든 만물이 자기의 소용을
정리하고 떠나는 계절 때문일까?
달려가듯 멀어져 가는
흔적없는 바람처럼
후미진 산 모퉁이 길에서
언듯 스쳐가는 슬픔이 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이 가을에 지난 여름 잊고서
작은 수확을 위하여 분주하리라.
그러나 떠나버린 신록의 청춘을
그리워 하고 슬퍼할 것이다.
이윽고 낙옆 뒹구는 지점에서
어쩔 수 없이 숙명처럼
싸늘한 겨울을 만나리.
거리에 서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가물거리는 희미한 상념들.
뒤돌아 서서 총총히 가버린 사람들의
서운하고 안타까운 뒷 모습처럼
끝내 지워지지 않을 낙인같은 것들.
이 가을의 초입에서
어느덧 구멍 뚤린 가슴 뒷편으로 부터
휘익 찬바람과 함께 달려온다.
(2009-10-26 양평 백운봉 가는 길 / canon 30D )
'카테고리 구릅 > 내 마음의 풍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하늘 ( 2010-9-25 ) (0) | 2010.09.25 |
---|---|
가을통신 (2010-9-18) (0) | 2010.09.18 |
바람 - (2010-7- 29 ) (0) | 2010.08.07 |
상일동 국밥집에서 - (2010.7.13) (0) | 2010.07.18 |
무소의 뿔처럼 - ( 2010.7.13 ) (0) | 2010.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