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가 - (2010-10-29 바람같이)
어서 가. 신 새벽 안개 낀 동구 밖 어머니님이 하시던 말, 어서 가.
객지(客地)에 어린 자식 보내시는 그 마음, 어서 가. 역설 중의 역설, 어서가.
낡은 보자기에 쌓신 것 들려 주시곤, 어서 가. 노구에 엷어지신 파리한 손 흔드시며 힘 없이 하시던 말, 어서 가.
마음 아파 콧등 찡할 때 쯤 등뒤에 날아와 희미하게 꽂히던 말, 어서 가.
어서 가. 어서 가라고. 머얼리 서 계시던 어머님의 재촉의 말씀, 어서 가. 이 역설 중의 역설의 말씀.
이제 거의 이순의 나이 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 아직도 깃발처럼 펄럭이는 어서 가. 어서 가라고, 어머님의 그 재촉의 말씀.
* 후기(後記): 나는 고향에서 머얼리 떨어 진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다. 방학 때 고향 집에 왔다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려면 어머님과 이 무거운 이별의 세레머니를 통과의식 처럼 해야 했다. 가난한 집안에 어머님이 변변히 챙겨 주시지 못한 것 얼마나 마음 아리셨을까? 이제 철들어 그 마음 알겠다. 어머님 죄송해요, 죄송해요. 효도한 번 제대로 못 해서요. 아엠에프가 사람을 이렇게 망가 놓았 잖아요. 어머님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시 겠지만요. 어머님은 지금 노구에 무릅이 다 달아져서 순천 인근 병원에서 인공골절수술중이시다. 얼마나 산천으로 들로 해메이셨으면 무릅이 저토록 망가 지셨을까? 이게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2007-6-15 강화도 초지대교 끝에서 (강화도 동검도를 바라보며) / sanyo xacti s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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