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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나의 산행

수락산 (638m) - 천상병산길, 용굴암 (2011-06-16)

by the road of Wind. 2011. 6. 16.

 

수락산 (638m)  - 천상병산길, 용굴암  (2011-06-16)

 

수락산 (638m)은 참 아름다운 산이다. 기암 괴석에 맑은 계류가 흐르는 계곡이 많고 폭포가 많은 시원한 기상을 가진 산이다. 서울과 경기도 의정부시, 남양주시를 어우르고 있으니 항상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치지 않는 산이다.  오늘은 한낯 기온이 31도로 예보되어 있고 무더울거라는 생각에 숲이 좋은 수락의 언저리에서 피서를 하기로 하였다. 산행코스수락역 - 수락골 천상병산길- 우측등산로 - 능선길 - 용굴암- 상계동 - 당고개역 - 마들역. 모든 코스의 산행이 좋았지만 마지막 당고개역에서 마들역까지의 거의 40분정도의 차도변 행군이 매우 힘들었다. 덥기도 무지덥고. 마들역엔 왜 갔을까? 바지락 칼국수와  왕만두를 먹기위한 목적이었다. 사서 한 고생이었지만  쉬원한 바지락 칼국수와  맛있는 왕만두를 먹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음과 몸이 혀에 휘둘린 모양새이다. (동행: wife)

 

용굴암: 불암산과 그 아래 당고개역 일대를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조그마한 암자가 하나 있는데 이곳이 비운의 명성황후가 잠깐 숨어 있었다 목숨을 구했다 하니 가슴에 애잔한 감정이 스친다. 이 곳은 1878년(고종 15년)부터 자연동굴에서 기도 정진하는 정도의 모습이었으나, 1882년(고종 19년) 대원군에 밀려 이천으로 가기전 명성황후가 잠깐 이곳에  숨어 들었고 목숨을 부지하여 후일 재집권에 성공하였으며 그 공덕을 기리어 조정 하사금으로 대웅전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하며,  6.25동란 이후 한때 폐사 위기에 있었으나 노력하여 근근히 지금과 같은 암자가 조성되었다는 절이다.

 

수락산역 우측 수락골이라는 계곡에는 그 아래 살던 천상병 시인이 거닐었던 곳을 기념하여 천상병산길을  조성해 놓았다. 여기에 있는 시들 중 하나가 "새"이다.  "새"는 천상병의 첫시집의 제목이기도 하며 '새'를 부제로 삼은 시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새의 이미지는 다양하지만 현실에서 겪는 억압을 뚫고 하늘로 비상하는 이미지, 혹은 좌절된 자아의 치유로서의 존재로 집약된다는 것이다. 슬픈 고단한 천상병 시인의 삶에서는 새와 같은 좌절의 치유자로 새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 새 >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이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가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천상병 시인 (1930~1993):  1993년 일본에서 출생/ 1945년 광복이후 일본에서 귀국/ 1946년 마산중학교. 서울대 상대 중퇴 /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류되어 중앙정보부로 연행/ 1971년 음주로 서울시립정신 병원에 행려병자로 입원/ 1972년 목순옥 여사와 결혼/ 1985년 지인들의 도움으로 인사동에 까페 (귀천) 마련/ 1988년 만성간경화증이 발병하여 춘천의료원에 입원/ 1993년 4월 28일 오전 11시 20분 갑자기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