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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풍차

도봉산에서 / 2011-10-29

by the road of Wind. 2011. 10. 29.

도봉산에서  /  2011-10-29

 

 

 

 

 

 

 

 

가을이 가고있다

가을이 저물어 가고 있다

가을의 가슴은 비어 가고 있다

 

가을 산을 오른다

가을 산은 쓸쓸함 뿐이다

가을 향기 어디 가고

낙엽은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슬픈 시월의 그림자가

도봉(道峰)의 선인봉 암벽에 걸려있다

 

비둘기 한마리 날아가고

산고양이 바위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세상의 것들은 모두가 진부한 것이다.

갈바람만 간간히 도봉을 스칠 뿐이다

 

인간사는 도봉의 발아래 있고

신선대 위에 서면

도봉의 말없는 묵언이 들려온다

 

미련 갖지 말아라

지나 버린 것들을 생각하지 말아라

그저 말없이 살아라

 

암봉에 앉아

송추의 가을을 바라본다

 

울지 말아라

슬퍼 말아라

 

서쪽 하늘 햇빛받아

희미해진 북한산

인수봉 만경대를 바라본다

 

가슴에 남아있는가?

한 톨의 사랑을 찾아본다

 

왜 이리도 세상은 빠른가?

부귀영화 오욕칠정이 무엇인가?

한 세상 주마등 처럼 지나간다

 

나에게도 붙잡을 것이있는가?

바람의 세월을 어이 할 것인가?

 

나는 도봉의 어느 암봉에서

하얗게 바래져 간다

모든 게 꿈이다

꿈이길, 꿈 처럼 남이있길

도봉이여, 도봉이여

나를 안아 주어라

도봉이여, 도봉이여

말없는 도봉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