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국수 - (2015-05-20)
무더운 여름도 아닌데 왠 초계국수를 맛보러 갔다. 도데체 초게국수가 무얼까? 궁금증만 더했다. 언젠가 파주 법원리 소위 "김신조 루트" 상에 있는 파주 비학산(飛鶴山)을 등산하러 간적이 있는데 장군봉 아래의 깊고도 아름다운 초리골을 더운 여름에 걸어들어갔다. 그런데 초리골 초입 조금 지난 곳에 파주 초리골 초계탕 집이 있었는데 유명한 것 같았다. 이 때 나는 초계탕에 대한 큰 흥미를 느꼈다. 도데체 초계탕은 어떤 음식일까? 처음 들어본 초계탕이란 음식이라 그런지 이 때 부터 항상 그 집이 생각나곤 하였다. 그래서 언젠가는 집사람과 한번 찾아보겠다고 맘 먹고 있었던 것이다. 초계탕 은 식초 초자와 겨자(북한에서는 겨자를 계자라고 한다)를 가리키는 말로써 토종닭을 3시간이상 삶아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살을 손으로 찢은 후 각종 야채와 견과류를 넣고 육수에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고려 때 즐겨 먹었던 궁중음식이며 이북에서 전수되어 즐기던 요리가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 김신조 루트: 1968.1.21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산하 제 124군 소속 김신조 외 간첩 30명이 청와대 폭파, 요원 암살을 목적으로 이 곳 문터골과 두루뫼박물관 뒤 능선 중간지점에 삼봉산에서 하루 밤을 숙영하고 서울로 잠입한 무장공비 침투로를 말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비정규전에 대비하기 위하여 향토에비군 창설을 서두르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미사리 인근 맛집을 찾다 <미사리 밀빛 초계국수> (031-793-0331/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26-12) 이 눈에 확 들어왔다. 초계? 응 잘 됬네. 이거 한번 먹어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제는 날씨도 조금 쌀쌀한 기운이 드는 가운데 뜨방한 마누라님을 모시고 점심으로 하남 미사리로 달려갔다. <미사리밀빛 초계국수>는 처음에는 일반 칼국수 집으로 시작했지만, 평안도 출신 창업자가 관서지방 음식인 초계탕을 개조하여 초계국수를 출시한 뒤 경기도 하남지역을 자주 오가는 자전거동호회 고객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고 한다.
정오가 가까워 벌써 주차장에 차들이 많았다. 큰 건물에 여러 음식점들이 있어 주차장을 같이 쓰고 있었다.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밀빛 초게국수> 집으로 들어 갔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 왔는데 방금 집사람이 벌써 음식을 주문했다 한다. 초게국수 1개, 그리고 따끈한 무엇 1개 ...나는 이 주문을 취소 하고 초계국수 2개를 주문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초게국수는 어떤 건지 알고나 가야하지 않나하면서...
초계국수가 나왔다. 시원한 국수에 하얀 닭고기를 많이 얹은 새콤상콤한 초계국수다. 얼음이 숭숭했다. 먹어보니 아주 시원하다 못 해 추울 지경이다. 나는 열이 좀 낫는지 차거우면서도 시원하였다. 우리 집사람은 '아이 추워라' 하는 표정이다. 국물은 아주 새콤 시원했는데 닭고는 육질이 너무 냉한 국물로 인하여 조금 텁텁한 질감이 났다. 그래서 냉면처럼 상큼하고 가벼운 맛이 아니라 묵직하고 틉틉한 맛이난다. 그런데 국물은 참 맛 있었다. 정말 새큼 시원하였다. 한 여름에 먹으면 더위가 금방 날라갈 것 같은 음식이었다. 더위 사냥 음식이랄까? 단지 오늘은 흐릿하고 약간 빗방울이 날리는 조금 서늘한 날씨여서 초게국수 맛을 제대로 보지 못 한 것 같다. 옆에 있는 소고기국밥 집은 사람이 줄을 섰다. 아, 아, 오늘 같은 날은 따끈한 국물이 최고인데...음식도 날씨를 보고 먹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오매불망 의문을 갖고 먹고 싶었던 '초계"가 들어간 음식을 먹어봐서 기분이 좋았다. 올 여름 무더위에는 파주 초리골 초계탕집으로 달려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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