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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walking &

고덕천, 한강변 가래여울전통마을 산책 - ( 2020.06.08 )

by the road of Wind. 2020. 6. 8.

고덕천, 한강변 가래여울전통마을 산책 - ( 2020.06.08 )

 

산 책: 걸음수 8,907 steps, 소모열량 443 kcal, 거리 6.32 km, 소요시간 01:19 hrs, 속도 4.7 km/h.

코 스: 고일초교 - 고덕천 - 고덕천교 - 한강강변길 - 강동대교 - 가래여울전통마을 ( 강동 02번버스 종점).  

 

하루 종일을 집사람과 집에만 있었다. 날씨가 무더워 지니 더위와 강한 햇빛에 밖에 나가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집에만 콕 밖혀 있어서는 안되는데 ......  집 사람의 저녁밥 짓는 일이 끝나자 저녁 먹기 전에 같이 고덕천을 걸어보자고 하고 집을 나서본다. 노란 금계국과 여러가지 이름모를 여름 꽃들이 반갑다. 일렬로 도열하여 서 있는 것 같은 고덕천의 키 큰 포플러나무들이 아름답다. 바람에 나부끼는 이파리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고덕천의 무성해진 푸른 갈대는 산책로의 살람들을 보이지 않게 해서 오리 부부가 상류까지 와있다. 하얀 키큰 백로는 어이하여 홀로 먹이를 찾고 있나?

 

나는 무엇보다도 키 큰 푸른 갈대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기 좋다. 더운 여름철의 아름다운 광경이다. 그동안 내 생애 한번도 실감하지 못한 분위기다.  왠지 바람이 흔들리는 무성한 갈대숲을 바라보면 나는 동심으로 돌아가곤 한다.

 

홀로 한시간 30분 정도 거리를 매일 왕복하며 걸어서 학교 다니던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른다. 밤이 되기 전에 빨리 집에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가 3년의 중학교 다니던 시절 내내 나를 힘들게 했다. 바닷가 산길을 외롭게 가는 길은 무서워 힘들었다. 특히 밤이 되면 어두운 숲속에서 무슨 소리만 나도 머리 푼 귀신이 나타날 것만 같았다. 어린 내 마음에 매일 같이 하교(下校) 시간이 늦어지면 걱정되곤 하였다. 특히 부슬 부슬 비가 오는 흐린 저녁에는 산 후미진 계곡 방향으로 가는 길이 너무 무서웠다. 왜 옛날에는 시골에 그렇게 도깨비와 귀신들 이야기가 많았는지 모른다. 낮귀신의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니 아무도 없는 후미진 곳에서는 밤낮으로 어린 우리들을 힘들게 하였다.

어떤 경우는 등교할 때는 없었는데, 저녁 비오고 어두운 날 후미진 어떤 동네 어귀에서 소나무 걸려 있는 상여의 조화가 걸려 달려있는 것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던 일도 기억난다. 가는 길을 접고 그냥 뒤돌아 가고 싶은데 잠 잘 곳이 없다. 그런데 앞으로 진행하기에는 너무 무서웠다. 죽기 살기로 용기를 내어 가다보니 조금 지나 새로 쓴 묘지가 보인다. 너무 무서웠다. 오금이 저리는 것 같다. 곧 귀신이 튀어 나올 것만 같다.

나는 마음 속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 올리며 마음을 강하게 하며 산 길을 걸었다. 우리 할아버지는 옛 고향 넓은 지역에서 죽을 사람도 살려내신 유명한 한의사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복막염에 걸려 수술 받으러 몇 천리 떨어진 전주로 기차 타고 가는 길에서 그만 돌가시고 말았다고 한다. 그 때 부터 우리 가정은 어려워지고 우리 할머니가 너무 큰 코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우리 할머님은 제삿날이면 문 밖에서 말 타고 오시는 할아버님이 타신 말의 종소리가 들리곤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제삿상에 올려 놓은 밥그릇 그득한 쌀도 약간 사라지곤 하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꿈을 꾸니 우리 할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어떤 이름모를 큰 고을의 원님이 되어 계신 것을 보셨다고 한다. 그 말씀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중학교 다닐 때 늦은 시간, 초저녁 어두움 속애서도 귀신이 무서운 것이 덜했다. 저승의 귀신들이 우리 할아버지 통제하에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 때 그 시절의 일들이 생각나곤 한다.

 

나이먹고 바쁜 일도 없곤 하기 때문에 가끔씩 이런 옛 추억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어렸을 때 산길에서 보았던 익숙한 나무나 풀들을 바라볼 때면 더욱 옛 생각이 간절하다.   

 

집사람이 나보다 걸음걸이가 빠르다. 나는 열심히 집사람 뒤만 밟으며 어느덧 고덕천 하류에 도착한다. 이번에는 되돌아 가지 말고 한강가 제방길을 계속 하남 방향으로 걸어서 가래여울전통마을 강동 2번 버스를 타고 상일동역으로 되돌아 오자고 하였다. 집에서 고덕천 하류 까지는 약 3KM, 도보 45분 거리이다. 그런데, 고덕천 하류에서 강일동 가래여울전통마을 버스 종점까지는 약 1.7KM, 도보 25분 정도의 거리이다. 그래서 다시 되돌아 가느니 강변길을 걸어 가래여울마을 가는 길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목이 마른데, 가래여울마을에서는 매점이 두곳이나 영업하고 있다. 조용한 가게 앞 길가에 앉아 음료 한잔을 하려고 하였다.      

 

한강변의 길은 자전거로 빨리 지나갈 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집사람과 같이 이야기 하면 걷는 길이 너무 좋다. 길 가다가 여지꺽 한번도 보지 못한 60cm정도 길이의 독없는 길다란 뱀이 포장 도로를 가로질러 풀숲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1.5톤 트럭이 다닐 수 있는 도로폭의 반쯤 길이니 제법 길었다. 이곳은 강가 습지가 많고 갈대 등 풀숲이 우거져 뱀이 많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강가에서 뱀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집 사람은 뱀을 너무 무서워한다. 나는 갈색의 머리가 삼각형이고 배가 뚱뚱하고 꼬리 부분은 가느다란 독사가 너무 무서운데, 독없는 일반적인 물뱀 같은 것도 무사워 한다. 만약 물리기만 한다면 어떤 결과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들꽃 사진 찍기 위해 풀섶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살인 진드기도 무섭다. 언젠가 나도 모르게 양말 높이에서 아래 위로 두 곳씩 에리한 이빨 자국이 있는데  상처 주변이 가렵고 잘 낮지 않아 아주 오래 갔는데 이것이 나도 모르게 뱀에게 물린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이야기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가래여울마을이다. 여기에는 서울 강동구청이 주관하는 주말농장이 운영되는데 너무 보기 좋은 곳이 있다. 내년에는 우리도 인터넷으로 예약하여 이랑하나를 배정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연 7만원인데, 농기구와 물까지 모두 제공해 준다고 한다. 곁에 강동 02번 버스 종점이며, 상일동역, 고덕역, 명일역, 암사역 등을 왕복하는 버스도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니 너무 편리할 것 같다. 농사도 지어보며,  바로 곁의 한강둔치도 걸어보고, 가래여울마을에서 식사도 하고 너무 좋을 것 같다.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고, 가지도 심고, 옥수수도 심고, 감자도 심고, 도마토도 심고, 으음~ 그 다음에는 무엇을 심지? 고민도 조금 하면서 옛 추억으로 돌아가보고싶다. 운동복으로 나와서 농사를 지어보는 맛은 그 어떤 즐거움에 비하지 못할 것이다. 인생의 노후에 이런 경험을 하면서 추억을 되뇌이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보람있고 행복할 것인가?

 

집사람은 가래여울마을 가게에 가자마자 아이스크림을 손에 잡는다. 나는 옛날의 얼음과자 아이스께끼가 생각나서 아만나라는 아이스케끼를 하나 산다. 아, 목 마른데 너무 맛있군....시간이 있었다면 막걸리 한병이 제격일 텐데 아쉽다. 오늘은 아름다운 한강변길을 걸어도 보고, 가래여울마을에서 옛 전통 마을 분위기도 느껴보고 너무 좋았다.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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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오리 부부

 

 

 

 

 

 

 

 

Things do not change
We change

 

사물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변할 뿐이다.

 

Henry David Thoreau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가래여울전통마을..서울시 강동구

 

오랜만에 보는 다정한 보리밭
주말농장 

 

 

 

아이스크림 1,000원, 아만나 500원...착한 가격..아이스 붕어빵 1,000원...
덩치큰 순한 개...

강동교통 02번 버스 가래여울마을 종점

 

- 노선강일동 - 상일역- 고덕역 - 명성교회 - 명일역 - 암사역/ 

- 운행 간격: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