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길 위에 서면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있다.
물이 흘러가는 길의 끝은 강이다.
아침에 폭설이 내리더니,
오후에는 모두 어디 갔나?
미친 광란의 바람만 요란하고
길을 어지럽히고 있다.
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는가?
오늘 길에는 백로도 보이지 않는다.
백로야, 가지 마라 가마귀 우짓는 곳에...
너의 흰옷을 더럽힐까 하노라.
물결 일어 강은 바다가 되고 있었다.
파도치는 검푸른 바다는 무서웠다.
아버지는 바람부는 추위에 소주 한잔 넘기시고
목선이 깨질세라 방파제로 달려가셨네.
은근히 불안감이 나를 엄습할 때
그 때 어바지는 기침하며 들어오신다.
구름발 날리는 먼 하늘 다시 바라보며
소피(所避)보러 나는 통시로 달려간다.
이제 저녁만 먹으면 될 것이다.
제갈공명이 오장원을 내려다보 듯
바람부는 한강을 바라본다.
주변의 억새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나뭇가지들도 부러져 흩날리고 있다.
마지막 희미한 정신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전투에서 이겨 북벌을 완성해야지.
내 동생들도 더럿 가고, 아버님도
어머님도 가셨다 그 옛날을 기억한다.
나는 아직 어린애일 뿐, 부모님이 걱정하신다.
주먹을 불끈 쥐어야지. 세상을 이겨야지.
마냥 강을 마주하고 있을 수 없다.
어두운 마음의 그늘을 지워버리자.
뒷 바람을 맞으며, 바람이 무슨 말을 걸든
묵묵히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걷는다.
하늘 보고, 땅 보고...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인생은 있는가?
오늘 저녁 하늘이 너무 파랗구나.
- ( 2021.01.28 )
'카테고리 구릅 > 내 마음의 풍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 - ( 2021.04.03 ) (0) | 2021.04.03 |
---|---|
별 - ( 2021.02.09 ) (0) | 2021.02.09 |
불면 - ( 2021.01.28 ) (0) | 2021.01.28 |
폭설 - ( 2021.01.13 ) (0) | 2021.01.13 |
첫눈 - ( 2021.01.07 ) (0) | 2021.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