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수락산
(1)
가을 수락산
수락산의 숲길을 걷는다.
숲만이 있는 숲의 세상에서
모든 것이 고요하다.
새들은 어디갔나?
새들도 세상을 뜨는가?
풀벌레들만 저희들끼리 요란하다.
간간이 쓰러져 있는 나무들.
올 여름의 폭우에 이 세상을 버린 것들.
휘어지고 꺽이고 그런 시간들을
숲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숨죽인 고요만 있을 뿐
가만히 서 있기만 하다.
수락산의 숲.
(2)
엠피 쓰리를 켜다.
구노의 아베마리아.
<< 아베 마리아. 아베 마리아.
--- --- --- --- ---
아 아 아 아. 아베 마리아. >>
지고 지순한 여인이여
마리아여
마리아여
우리들의 지난 일들을 용서하도록
마리아여
우리들의 남은 시간 알 수 없으니
마리아여
마리아여
내 마음을 정화해 본다.
내 마음을 순화해 본다.
나는 내 자신으로 돌아가고
작아지고 작아져서
수락산의 숲과 같이 되다.
(3)
벽에 서다.
수락의 벽에 서다.
기차 바위.
나는 한 줄 목숨줄에 매달려
저 넓은 세상을 바라본다.
저 하늘을 쳐다본다.
이제 까지 이 세상의 벽에서
내 가 그토록 매달려 있었던 까닭은?
나는 서럽고 서러운 마음 달래며
그 벽에서 끔쩍 할 수 없었다.
왠지 가슴 서늘하다.
겸손의 미덕을 잊고
교만의 깃발 날리며
사랑없이 사랑없이
아 아 나는 끔쩍 할 수 없었다.
수락의 벽이여
수락의 바위여.
(4)
정상에 서다.
멀리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멀리 있는 것들은 그리움이다.
사방의 산들이
가을 하늘아래
조용히 앉아 있다
말 없이 그자리를.
산들은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산들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들과 강이 산을 갈라 놓고 있었다.
현실이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온다.
아 나는 정신이 들었다.
돌아 가야 해 집으로.
그자리로 집으로.
(2010-10-1 수락산 정상에서(별내 방면) / canon 30D)
(2010-10-1 수락산 정상에서(의정부 민락방면) / canon 30D)
(2010-10-1 수락산 기차바위에서(장암방면) / canon 3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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