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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풍차

어제는 수락산 (2010-10-1)

by the road of Wind. 2010. 10. 2.

어제는 수락산

 

(1)

가을 수락산

수락산의 숲길을 걷는다.

숲만이 있는 숲의 세상에서

모든 것이 고요하다.

새들은 어디갔나?

새들도 세상을 뜨는가?

풀벌레들만 저희들끼리 요란하다.

간간이 쓰러져 있는 나무들.

올 여름의 폭우에 이 세상을 버린 것들.

휘어지고 꺽이고 그런 시간들을

숲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숨죽인 고요만 있을 뿐

가만히 서 있기만 하다.

수락산의 숲.

 

(2)

엠피 쓰리를 켜다.

구노의 아베마리아. 

<<  아베 마리아.    아베 마리아.

    --- --- --- --- ---

    아 아 아 아.   아베 마리아. >>

 

지고 지순한 여인이여

마리아여

마리아여

우리들의 지난 일들을 용서하도록

마리아여

우리들의 남은 시간 알 수 없으니

마리아여

마리아여

 

내 마음을 정화해 본다.

내 마음을 순화해 본다.

 

나는 내 자신으로 돌아가고 

작아지고 작아져서

수락산의 숲과 같이 되다.

 

(3)

벽에 서다.

수락의 벽에 서다.

기차 바위.

나는 한 줄 목숨줄에 매달려

저 넓은 세상을 바라본다.

저 하늘을 쳐다본다.

이제 까지 이 세상의 벽에서

내 가 그토록 매달려 있었던 까닭은?

나는 서럽고 서러운 마음 달래며

그 벽에서 끔쩍 할 수 없었다.

왠지 가슴 서늘하다.

겸손의 미덕을 잊고

교만의 깃발 날리며

사랑없이 사랑없이

아 아 나는 끔쩍 할 수 없었다.

수락의 벽이여

수락의 바위여.

 

(4)

정상에 서다.

멀리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멀리 있는 것들은 그리움이다.

사방의 산들이

가을 하늘아래

조용히 앉아 있다

말 없이 그자리를. 

산들은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산들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들과 강이 산을 갈라 놓고 있었다.

현실이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온다.

아 나는 정신이 들었다.

돌아 가야 해 집으로.

그자리로 집으로.

 

 

(2010-10-1 수락산 정상에서(별내 방면) / canon 30D) 

 

 (2010-10-1 수락산 정상에서(의정부 민락방면) / canon 30D)

 

(2010-10-1 수락산 기차바위에서(장암방면) / canon 3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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