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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풍차

시화호에서 / 2011-08-01

by the road of Wind. 2011. 8. 1.

시화호에서    /    2011-08-01

 

 

무작정 찾아간 시화호.

어, 이게 몇 백만 평일까?

바다인가 호수인가?

시화호 제방길을 걷는다.

바다는 잔잔한데

거기 갈매기는 꺼억 꺼억

모든게 한개 점이다.

점 점 ....섬도 점이고

고깃배도 점이고

금방 하늘이 열린 듯

모든게 하나의 작은 점들이다.

선창에 다다르니

낚시대 드리운 아저씨들,

어선들은 모두 졸고 있다.

 

아버님, 이 좋은 날씨에

무엇 하시는가요?

아버님, 지금

그곳에도 소주가 있고

해산물이 풍성하시나요?

아버님, 바다에서

고생께나 하셨는데

아버님, 여기 조그마한

고깃배가 많이있읍니다.

용치며, 노래미며,

밀쟁이며, 도다리며,

간제미며, 뽈락이며,

쏨뱅이며, 밀쟁이며

그런 등속들을

낚아 올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 아버님.

넓디 넓은 바다 한 가운데서

고것들을 된장방아에

찍어 잡수시던 모습

잊히지 않고 눈에 선합니다.

먼저 가신 아버님이

원망 스럽습니다.

지금 저는 회갑인데

철이 좀 들었는지

아버님 생각 많이납니다.

가장 후회되는 게

있다면요, 아버님께

좋은 술 한병 올리지

못한게 한이 됩니다.

언젠가 대학 방학중

고향 갔을 때 보신하라고

아버님 손수 인근 도회지에서

힘들게 사 오신  

개고기를 매몰차게

거절했던 게 가슴아픕니다.

이제 용서하여 주세요.

아버님, 시화호에 오니

낡은 고깃배들 보니

아버님 생각 간절합니다.

아버님, 죄송해요

서로 연락할 방법없어

저 소식 전하지 못 해서요.

저는 아버님이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던 직장이며

의자며 다  떨어지고

아이엠에프 이후 모진

고생하며 살아가고 있읍니다.

먹고 살기 위해

좀 험한 일도 마다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읍니다.

그러나 이제 한 숨 돌렸으니

걱정하지는 마세요.

 

시화호를 뒤로하고

오이도를 돌아나오는데

소주 한잔 생각에

시장을 찾아가니

고동이며 개불이며

노래미며 이것들이

나를 반기며 꼬리를 흔들고 있다.

 

해안선의 녹슬은 철책은 마치

내마음의 해묵은 가시같다.

가시가 갑자기 찌르며

통증이 느껴지는 듯 하다.

 

사람들은 제 각각 모여

아름다운 모습들인데

문득 머리드니

먼 곳에 있는 섬들이

처량하기만 하다.

세상 한 번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인데

나는 왜 이리 힘 한번

못 써본단 말이냐?

머리 위 갈매기 날아간다.

 

* 된장방아: 돤장에 고추장을 좀 섞고, 참기름, 마늘 다진 것, 깨소금, 쪽파 잘게 썰은것 등을 넣어 버무르면 고향 사투리로 "된장방아" 라는 것이 되는데 이것에 고기를 찍어먹거나 싸먹으면 둘이 먹다 혼자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다. 최고의 양념된장인 것이다. 특히 망망 바다 한가운데서 갓 잡은 고기로 회를 떠서 현장에서 이것과 함께 먹는 맛이란 도저히 상상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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