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풍경 / 2011-08-03
어느날 이른 아침
도심지 뒷골목
구멍 가게 앞엔 검은
고양이 새끼 한마리가
비닐쪼각 하나 가지고 논다.
날렵한 앞 발로 탁탁 쳐 보기도 하고
툭 가볍게 쳐서 날려 보기도 한다.
비닐 쪼각은 날려도
도망 갈 곳이 없다.
이내 날카로운 그놈의 발톱에 걸려
빛바랜 인생같은 비닐 쪼각은
힘 쎈놈 앞에 힘없이 끌려오게 된다.
고궁 후미진 돌담가
이빨 빠진 노인들이
몇몇 서성이고 있다.
더러는 국밥집에서
콩나물을 오물오물
어떻게든 넘겨보려고
온갖 구술 땀을 다 흘리고 있다.
순대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진 내부를 채워보려고
숫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도 있다.
깊게 패인 이마 주름살은
마치 흑산도 앞바다 파도같다.
검게 그을려 솟아오른 팔뚝은
마치 치악산 어디쯤의
감자밭 이랑같기도 하다.
손톱밑이 새까만 아주머니
한 분은 비닐 돗 자리 위에
온갖 놈의 것들을 다 늘어놓고
졸고 계신다.
고향 산천 밭뙤기
무성한 김들은
어떠 하려는가?
뒷골목을 돌아 나오니
하얀 아침 거리엔
백 이삼십 쯤의 아르바이트
인생들이 바쁘게 지나간다.
신발 사이로 험한 먼지가
안개처럼 흩날린다.
눈꼽 낀 새끼 밴 고양이
한마리가 천천히 한가하게
골목안으로 들어간다.
여보게 나 들어가네
하는 식이다.
이른 아침 도심지
뒷골목 구멍가게는
아직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카테고리 구릅 > 내 마음의 풍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思 故鄕 / 2011-09-02 (0) | 2011.09.02 |
---|---|
회색 오전 (2011-08-20) (0) | 2011.08.20 |
시화호에서 / 2011-08-01 (0) | 2011.08.01 |
홀로 / 2011-07-28 (0) | 2011.07.28 |
여름 비 / 2011-07-28 (0) | 2011.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