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에서 / 2012-02-13
(2012/02/14 예봉산에서 / canon 30D)
예봉산 정상에 서면
기나긴 세월의 시름이
일순간에 사라진다.
몸 안에 갇혀있던
온갖 진부한 것들이
훠이 훠이 웃으며
이제 자유를 찾아
저 허공으로 사라져 간다.
나에게 남은 남루한
마지막 겉옷까지도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가버린다.
내몸 붉은 벌거숭이 되어
부끄러움 감출 수 없어
예봉산이여,
너의 산그늘에 숨고싶다.
모든 이기심과 탐욕과
허상들이 한 순간
허공으로 비산하면
골육(骨肉)마저 잃어버리고
내 영혼의 어두운 뒷칸에서
소리없는 장탄식(長嘆息)뿐이다.
예봉산이여,
내 영혼을 흔드는
아름다운 산이여.
예봉산이여,
나는 끝내 절망한다
슬픔의 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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