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탱크바위) / 2012-03-08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이 오기는 오는 걸까? 꽃은 기어이 피는 걸까? 한파가 밀려와서 삼월의 하늘은 차가운듯 느껴진다. 모처럼 휴가로 집에서 쉬고있는 큰 아이와 함께 등반을 하게되었다. 젊은이들은 보통 등산을 좋아 하지 않는다. 나도 젊은 시절은 그랬다. 좋아 하지 않는 다기보다 다른데 관심이 많아 등산같은 것엔 무관심이다 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결혼하여 분가한 아들과 등산길에 나서니 감회도 깊고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부모란 항상 자식 걱정이다. 나이 90 먹은 부모가 70세의 아들보고 차 조심하거라 하는 식이다. 사랑이 안전에 대한 염려를 불러오고 걱정이라는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나는 것이리라 믿는다. 그런 것이 모두 자식에 대한 사랑일 터이다. 자식들은 쓸데없는 말씀을 하신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이해하고 그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수락산 정상까지 갈 생각이었으나 등산도 하지 않던 아들이 염려되어 적당한 선에서 등산을 하였다. 등산하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며느리 낯을 볼 면목이 없을 것도 같다. 결혼한 자식에게는 늘 조심이된다. 수락산은 참 아름다운 산세를 가지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동서남북 아니 온 사방(四方)으로 산줄기가 뻗어 내리고 계곡이 아름다워 그 자태가 수려하다. 정상 부위를 비롯하여 주위의 암벽들은 등산의 묘미를 느끼게 하며 낮은 곳에서 쳐다보면 저절로 아, 멋있구나 하는 감탄이 우러나오는 것이다. 오늘은 마들역에서 내려 곧바로 능선을 타고 올랐다. 이 능선은 초입에서 어느 정도 올라서면 보루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편편한 암벽이 나오고 조금 위에 귀임봉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 곳에서 보는 불암산이나, 수락산의 모습은 참 볼 만하다. 여기에서 부터는 평탄을 느낄 정도로 좋은 산책길 코스가 나온다. 수락산에서 가장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능선코스이다. 내가 처음 이 코스를 접할 때, 그 때는 봄이 었던가?, 너무 좋아 나이먹어 모든 것을 내려 놓으면 이 근처로 이사와 살 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아들과 이 얘기 저 얘기하며 꽤 긴 능선길을 걸어 올라갔다. 바람없는 날씨가 등산에 참 좋았다. 한참을 가면 멋진 바위하나가 나온다. 탱크바위다. 이 암봉 뒤를 돌아 당고역으로 가는 능선을 타고 하산할 요량이었다. 이 코스는 짧기도 하지만 주위 경치가 좋다. 바위지대를 내려 갈때는 연신 조심해라 하다 아들 한테 그만 하셔도 잘 합니다 하는 소릴 드를 수 있었다. 나는 오랜 객지 생활에서 늘 위험과 실패를 두려워 하는 성격이 어느 정도 생겼는 것같다. 그리하여 위험에 대하여 약간의 과도한 염려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들에게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등산을 하는지 아느가? 라고 자연을 가까이 하면 얼마나 좋은가를 실감하기를 바랬다. 당고개역 근처로 내려오니 아주 가벼운 산책같은 등산이 되었다. 여기에서 아들이 사 주는 밥을 먹고 오늘 등산을 잘 마쳤다. 자식으로 부터 배운 점도 있다. 아, 그렀겠구나 수긍하고 참고로 해야 한다. 요즈음은 젊은이들이 회사 생활에 바빠 부모들과 이런 시간 갖기가 참 어려운게 사실이다. 노동과 삶이 조화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등산코스: 마들역- 귀암봉- 장군약수터 철탑- 탱크바위- 곰바위- 당고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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