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귀임봉 / 2012-07-16
수락산 귀임봉은 수락산 줄기가 남쪽으로 흐르다 마지막 직전에 솓아오른 낮은 봉우리이다. 노원구 상계동에 소재하고 있어 인근의 주민들이 항상 많이 찾는 산이다. 귀임봉에 오르면 멋진 전망대가 있어 불암산, 수락산 정상, 도봉산 등이 보이며, 특히 불암산과 수락산 사이의 당고개 방향의 경치가 아름답다.
오늘은 우리 손자 100일 되는 날이다. 우리 손자의 건강하고 예쁜 모습을 보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가끔 웃는 해맑은 웃음이 매력 만점이다. 이런 것이 인생의 보람이고 기쁨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 등산은 아들네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4시경에 시작했다. 바로 근처에 수락산 들머리가 있어 귀임봉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귀임봉 조금 지나 천상병 계곡으로 바로 하산을 하였다. 숲이 우거지고 땅은 비를 맞아 촉촉한 감촉이 매우 좋았다. 계곡에 다다르니 맑은 계류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천상병 시인이 살아 생전에 아침 저녁, 수시로 이 곳을 오르며 시를 쓰거나 시상(詩想)을 가다듬었을까 생각하니 감회가 깊어지는 느낌이다. 가난 했지만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시를 썼던 시인의 시들이 여기 저기 판화로 만들어져 길가에 전시되어 있었다. 시 하나 하나가 정겨웁다. 천시인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 같았다. 오늘은 손자 백일에 기쁘고, 수락산변에서 그윽한 숲속을 거닐며 가난했지만 수락의 계곡에서 삶이 풍성했던 마음 따뜻한 한 시인을 생각해 보며 인생의 길이 무엇인가 생각하며 등산을 마쳤다.
산행코스: 마들역- 귀임봉- 노원골 천상병 계곡- 수락산 입구-수락산역
요놈 요놈 요놈아! - 천상병
집을 나서니
여섯살짜리 꼬마가 놀고 있다.
"요놈 요놈 요놈아'라고 했더니
대답이
'아무 것도 안사주면서 뭘' 한다.
그래서 내가
'자 가자'
사탕 사 줄께'라고 해서
가게로 가서
사탕을 한봉지
사 줬더니 좋아한다.
내 미래의 주인을
나는 이렇게 좋아한다.
▒ 천상병(千祥炳)(1930~1993): 시인/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한국인 부모에게서 출생, 부모를 따라 귀국/ 195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중퇴/ 1949년 마산중학교 5학년 때부터《죽순(竹筍)》등 문예지에 시와 평론 등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1967년 불행히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심한 옥고와 고문을 겪었으며, 1970년에는 무연고자로 오해받아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지인들은 갑자기 사라진 천시인이 죽었다고 생각, 지인들이 유고시집《새》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1972년 친구의 여동생인 목순옥 여사와 결혼하였다. 말년에 천주교에 입문한 시인은 하느님에 대한 소박하고 순수한 기독교적 신앙을 보여주는 작품활동도 하였다. "하느님은 어찌 생겼을까?/대우주의 정기(精氣)가 모여서/되신 분이 아니실까싶다". 1993년 지병인 간경화로 인해 타계하였다./ 시집:《주막에서》(1979년),《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1984년),《저승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년),《요놈! 요놈! 요 이쁜 놈!》(1991년),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1993년) 등.
아파트 안의 소공원을 지나며:
수락산 들머리 종달새어린이공원:
수락산 귀임봉 가는 산길:
수락산 정상은 멀리 까마득하고, 귀임봉은 가까이 있네.
귀임봉 전망대에서:
귀임봉에서 천상병계곡으로 하산 길:
계곡에서 수락산역으로:
[ 구름집 ] - 천상병
십오번, 십팔번 버스 종점
여기 변두리, 나 사는 동내(洞內)
단골 술집이 있는데
아직도 간판이 없는 집이다.
나 혼자 구름집이라 부르는데
막걸리 한잔 들이키면
꼭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아서다.
아주머니, 아주 상냥하고 다닐만한 집.
한잔만 하는 내게도
너무나 친절하고 고맙고,
딴 손님들도 만족하는 이 술집
끊을 사이 거의 없는 손님투성이다.
수락산 밑이라 공기도 맑고,
변두리라 인심 순박하고
도봉산이 보이는 좋은 경치.
이 집이 잘되기를 나는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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