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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일상들 ( life )

양평 옥천냉면, 사나사 절 -- (2014-08-13)

by the road of Wind. 2014. 8. 13.

 

양평 옥천냉면, 사나사 절 -- (2014-08-13)

 

4년 전 쯤, 그러니까 정확히는 2010년 가을 나는 한국의 마터호른 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양평의 명산 백운봉(941m)을 등산하였다. 백운봉은 양평군 양평읍, 옥천면, 용문면에 결쳐있는 산으로서, 그 당시 나는 옥천면 사나사란 절이 있는 계곡을 등산로 초입으로 하여 등산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나는 크게 놀랐다. 놀랐다기 보다는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였다. 아! 우리나라에 이렇게 좋은 계곡이 있는가? 이렇게 좋은 아름다운 단풍의 비경이 숨어 있었는가? 였다. 너무 감탄하고 기분 좋아 했던 기억이 나에게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때의 감동으로 몇자 적었던 '내 마음의 수채화' 를 본다.  

 

 

가을 산     - (2010-10-19)

 

가을에 서있는 산은

모두 가을 산이 이다.

 

가을 산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봄의 아름다운 꽃들의 이야기며

아지랭이 피워오르던 언덕에서

낮잠 자던 송아지의 꿈 이야기며

찬란한 여름의 신록의 이야기며

소란 소란 많은 사람들의

삶과 함께 흘러간 지난 이야기들이 있다.

 

이제 가을 산은 색동옺 갈아입고

맑은 가을 바람 소리 들으며

종알 종알 흘러가는 계류(溪流)와 함께

높아진  파아란 가을 하늘 쳐다보며

새털 구름 쳐다보며

가을 걷이에 바쁜 산새들의

조잘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머지않아 산길은 더욱 또렸 해지고

그 산길엔 떨어진 낙엽들 만 쌓일 것이다.

그러나 가을 산엔 아직 꿈이 남아있다.

들국화, 구절초, 불괴주머니, 각시취등

온 갖 꽃들의 밀어(密語)들과 꿈들이

조용히 풀숲에 남아있는 것이다.

 

가을엔 가을 산이 있고

가을 산엔 가을이 있고

 

그 가을 산의 영토안에서

모든 것들이 조용하고 잠잠하다.

 

 

4년 후 오늘 점심 때 나는 집사람과 함께 다시 사나사 계곡을 찾았다. 우리 집사람은 이 곳이 처음인데 은근히 당신 좀 놀랄꺼야 이렇게 좋은 곳이 있나? 하고 말이야 하면서 기대를 잔뜩 올려놓았다. 올 여름 '예쁜손자 돌봄' 때문에 변변히 피서로 어디를 가지 못 하고 있는 집사람을 잠깐 짬을 내어 반나절 치기(?)로 어디로 간다? 하다가 생각 난 곳이기도 하여 나는 자신만만 하였다. 더우기 사나사 가는 길목엔 옥천리가 있으며, 옥천리 하면 그 유명한 '옥천냉면' 이란 유명 브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나도 옥천냉면은 한번도 먹어보지 못 한 터라 이 세상에서 가장 맛 있는 냉면을 맛보려 하였던 것이다. 점심 때라 옥천냉면 집 부터 먼저 들러서 사나사로 가기로 하고 옥천냉면 본가라고 소문난 <옥천냉면 황해식당> (031-772-9693/ 본점: 경기 양평 옥천면 고읍로 140) 부터 들렀다. 아신역 근처 도로변 경강로 8493-12 분점 (031-773-3575) 도 있다고 한다.  옥천리 도로 변에 있는 본점은 주차장도 널널하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사람들이 후루륵 후루륵 이다.

 

" 옥천냉면은 1952년 개업한 이래 냉면 전문점으로 소문이 자자해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 냉면의 특징은 메밀을 직접 제분하여 면을 뽑고 가을에 수매한 콩으로 메주를 쑤어 간장을 만들어 이 간장으로만 간을 하는 것이다. 반찬으로 내놓는 김치는 가을 무 만을 골라 2~3년간 염장해 사용한다. " - <경기관광공사>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물냉면 (8,000원) 2개, 완자+편육 (16,000원) 1개를 시켰다. 편육과 완자가 먼저 나온다. 양도 흡족하다. 시식을 해 본다. 맛이 굿이다. 좋다. 완자도 구수하고 편육도 구수하다. 100점 만점이다. 곧 이어 냉면이 나온다. 냉면 맛을 본다. 설레임(?)과 함께. 기대를 하면서...냉면은 양이 많았고 면발은 굵으면서 토실토실 하였다. 국물 맛은 특별한 점은 느끼지 못 했어도 아주 시원 하였다. 그러나 서울에서 면발이 가늘거나 그리 굵지 않은 부드러운 냉면만 먹다가 여기에서 좀 굵고 토실토실한 냉면을 먹어서인가?  면발은 내 입에는 딱 맞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잘 먹었다. 어쨋튼 양이 많아 배부르게 먹고 완자 하나는 결국 다 먹지 못하여 우리 손자 주려고 하나를 싸가지고 오기도 하였다. 부드러운 면발에만 익숙해 진 내 입맛 때문에 3대(三代) 명문의 냉면의 맛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 한 것 같다. 다음 번에는 다시 제대로 한번 먹어 보아야 겠다. 그리고 옥천리의 다른 옥천냉면 집들도 다니면서 한번 먹어 보아야 겠다. 특히 맜있는 완자에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하였으나 운전 때문에 먹지 못함이 한(?)이 될 지경이었다. 옆 자리에서 잘 들 마시는 것을 보고는 이거 생고문이다 싶었다. 점심으로 양평 옥천까지 와서 냉면을 배 터지게(?) 잘 먹은 우리 내외는 사나사 절로 향했다.  

 

 

"옥천냉면 황해식당"에서:                                                                             < photos by nikon J1 >

 

 

 

 

 

 

 

 

 

 

 

 

 

 

옥천면사무소, 옥천초등학교가 있는 옥천리에는 소위 옥천냉면 집 들이 많이 있다. 옥천리를 출발하여 개천을 따라 조용한 도로를 거슬러 올라가는 드라이브는 낭만의 길이 된다. 수려한 시골 정경이 펼쳐지며 푸르고 싱싱하게 자란 들판의 벼들을 바라보는 눈맛, 그리고 전원의 풍경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좋았다. 사탄천절골, 사나사 계곡 물이 흐르는 개천은 맑고 시원하게 보인다. 용천리를 지나 절골로 들어서면 심산 유곡과 같은 조용한 길을 지난다. 많은 차량들이 있다. 계곡이 워낙 좋으니 사람들이 평일인데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사나사 위에 있는 사나사 계곡은 통제되고 있어서 인지 계곡에 사람들이 없었다. 사나사 절은 용문사와 쌍벽을 이루는 절로 생각되나 워낙 대중교통이 어려워 옛스러운 모습으로 어딘가 쓸쓸하게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용문사는 천년 고목의 유명한 은행나무가 있고 용문산 주 등산로가 있어 사람들에게 인기인데 여기는 용문산-장군봉-함왕봉-백운봉으로 이어지는 저 눈부신 산줄기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지만 인적이 드물고 고즈녁 하기만 하였다. 사나사는 용문사 못지 않은 격조 높은 사찰이라고 생각된다. 사찰의 터는 크고 넓지만 건물들은 몇채 안되고 조용하기만 사찰이 내마음에 더욱 들었다. 사나사 절 구경을 하고 나는 사나사 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집 사람은 사나사 종무소가 있는 별채에서 다리가 아파 걸을 수가 없다고 기다리겠다고 한다. 오늘은 비가 조금씩 오고 흐린 날이어서 저기압 상태인 날끼 때문에 관절이 아프다고 한다. 안타깝고 걱정도 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 둘째 낳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해서 생긴 산후풍이 지병으로 된 것이다. 모두 나의 불찰이고 무능이다. 오랜만이니 대충 조금만 보자고 계곡을 오른다. 4년전 가을에 반했던 이 계곡이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도 변함없이 찬란히 빛나는 느낌이다. 울울창창한 숲 속으로 뚜렸한 산길을 따라 계곡길을 걸으니 내가 신선이 되는 것만 같았다. 감정 이입이 좀 과장 되었나? 아니다. 절대 아니다. 맑고 힘차게 흐르는 계류는 때론 흰 포말을 일으키며 열심히 흘러내린다. 정말 비경이다. 안개 낀 듯한 백운봉 연봉이 마치 무릉도원에라도 온 것 같다. 계곡길 산책은 운봉, 함왕성지 분기점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중단하고 다시 사나사로 향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나는 인상깊은 드라이브와 냉면과 오래된 고찰 사나사 구경과 사나사 계곡길 산책과 .....너무 좋았다. 집사람 곁으로 돌아오니 집사람은 기다리다 저만치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좇아가니 "어서 갑시다. 손자 어린이집 시간이 다되 가요." 한다. 그렇다. 손자 데리려 빨리 가야 한다. 서둘러 차를 몰고 7080 가요에 심취라도 하 듯 옛 유행가에 젖어 집으로 돌아왔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오늘 일들을 나는 잊지 못 할 것이다.   

 

사나사(舍那寺):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302 번지에  위치한 사찰 ( 전통사찰 제48호) 이다. 신라 경명왕 7년(923) 대경대사(大鏡大師) 여엄(麗嚴)이 제자 융문과 함께 창건하고 5층 석탑과 노사나불상(盧舍那佛像)을 조성하여 봉안하고 절 이름을 사나사로 하였다. 고려 공민왕 16년(1637)에 태고왕사(太古王師) 보우(普愚)가 140여 칸 규모로 중건하였으며, 선조 25년(1592)에 일어난 임진왜란으로 인하여 사찰이 불타버린 것을 선조 41년(1608)에 단월(檀越) 한방손(韓芳孫)이 재건하였다. 영조 51년(1773)에 양평군내 유지(有志)들이 뜻을 모아 당산계(堂山契)를 조직하고 향답(鄕沓)을 사찰에 시주하여 불량답(佛糧沓)을 마련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경내에 비를 세웠다. 순종(純宗) 원년(1907)에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는 의병들의 근거지라하여 사찰을 모두 불태웠다. 그 후 여러 번의 재건을 거쳐 최근에는 1993년에 대웅전과 지장전을 재건하였다. 경내에는 도유형문화재 제72호인 원증국사석종탑(圓證國師石鐘塔)과 도유형문화재 제73호인 원증국사석종비가 있다.

 

용천리 마을. 사나사 가는 길에서:

 

 

 "사나사' 절에서:

 

 

 

 

 

 

 

 

 

 

 

 

 

 

 

 

 

 

 

 

 

 

사나사 계곡 산책:

 

 

 

 

 

 

 

 

 

 

함왕성지, 백운봉 가는 갈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