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340m) - 한양의 우백호 (2014-09-24)
인왕산(仁王山)(340m)은 서울시 종로구와 서대문구를 가르는 산으로 높이는 340m에 불과하지만 한양의 우백호에 해당한다. 풍수지리적으로 호랑이 산이 되는 것이다. 인왕산은 한양이 도읍으로 정해지면서 주산인 북악의 서쪽에 있어 우백호에 해당함으로써 일찍부터 주목되었으며 경복궁 건설시 인왕산 능선을 따라 성곽이 축조되었다. 실제 옛날에 인왕산에는 호랑이가 살았다고 한다. 인왕산은 바위산으로 조망도 좋고 선바위, 해골바위, 달팽이바위, 기차바위 등이 많은 바위들이 있는데 저마다 기이한 모습들을 하고 있어서 쳐다보면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이런 기묘한 바위들 주변에는 치성드리는 무당들과 민간인들이 많으며 민간신앙의 근거지가 되고있다. 특히 인왕산의 선바위는 아들 낳게 소원을 비는 기자암(祈子岩)이라고도 한다는데 아주 기과한 모습의 바위로 대단한 바위였다. 넓은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좌우에 촛불과 향이 피워져 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가는가 알 수 있었다. 조선 태조 때 한양을 도읍지로 정한 무학대사가 조선의 국운이 500년임을 미리 알고 이곳에서 1000일 기도를 했다는 일화가 있으며, 한양의 성곽 축조시 이 곳을 성안에 둘 것인지 하는 문제로 무학대사와 정도전의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였으며 결국 정도전의 손을 들어주어 도성 밖으로 밀려나기도 하였다는 일화도 있다. 선바위는 파란 눈의 외국인들도 견문코스로 많이 다녀 가는 것 같다. 오늘도 몇몇 서양사람들이 이 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선바위 아래에는 인왕산 국사당(國師堂)이 있으며 무속신당(巫俗神堂)으로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 그리고 여러 호신신장(護身神將)이 있으며, 특히 무학대사를 모시는 데에서 국사당이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맞배지붕의 한옥이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절을 하고 합장을 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인왕산은 민간에서 조정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주목받은 산이다. 능선의 성곽을 따라 인왕산에 오르면 주변의 경치가 정말 좋다. 오늘도 비 온 후의 청명한 날씨 탓에 얼마나 멋진 서울의 경치를 볼 수 있었는지 모른다. 이 곳에서는 국가 주요 기관들과 군사시설들을 바라 볼 수 있어서 곳곳에 카메라 촬영 금지 펫말이 서있다. 산행기점은 사직동, 무악재, 홍은동, 옥인동, 부암동, 청운동, 세검정 등 무수히 많다. 보통 한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인왕산은 24시간 개방한다고 한다. 이렇게 안보상 중요한 곳인데도 24시간 개방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산행 코스:
1코스 : 사직공원 입구-약수터-정상
2코스 : 사직터널-성터-정상
3코스 : 독립문역- 인왕사 일주문- 국사당- 선 바위- 능선길- 범바위- 정상
4코스: 상명여대앞 홍지문 - 기차바위- 정상
5코스 : 사직공원- 북악스카이웨이- 국사당- 달팽이바위- 인왕산약수- 해골바위- 정상
6코스: 홍제역- 현대아파트- 능선길- 기차바위- 정상
오늘 오전에는 비가 오더니 오후에 활짝 개여 하늘이 아주 청명하였다. 오후 2시가 넘었으니 산행이 마땅치 않았으나 그 때 인왕산 생각이 났다. 대충 등산 장비를 챙겨 전철을 이용하여 서대문구 독립문역에 내렸다. 이어서 전면 우측 방향으로 나와서 현대아이파크 방향 국사당 가는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 코스는 독립문역- 인왕사- 국사당- 선바위- 장군바위- 성곽 계단 - 성곽우측 능선길- 범바위- 정상- 기차바위- 상명여대 앞 홍지문...오랜만의 인왕산 등산인데 정말 멋있었다. 서울의 경치가 너무 좋았다. 서울을, 한양도성을, 서울의 산들을 저 북한산이며, 관악산이며, 안산이며, 청계산이며, 남산이며,...저기 멀리 한강이며....발 아래 경복궁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조심하며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눌러댔다. 리틀 북한산...모든 면에서 북한산을 쏙 빼닮은 산, 인왕산이다. 도처에 기이한 바위들로, 정상 근처의 깨끗하고 자 못 위협감이 드는 바위 절벽의 위용이...등산로를 따라 아름다운 자태의 소나무들이...인왕산 능선의 기품있는 성곽의 모습...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산이었다. 등산 시간도 딱 알맞다. 등산과 하산 길이 무수히 많아 갈 때 마다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되는 산이다. 참 서울은 명당이다. 이런 곳에 도읍을 정한 조선의 지도자들이 선견지명이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는 자자손손 대대로 이 곳을 도읍으로 삼아 국위를 떨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흰 콧수염을 휘날리며 인왕산은 호랑이 처럼 웅크리고 앉아 서울을 굽어보며 지키고 있었다.
인왕산을 등산하면서 산천초목암석에 소원을 빌며 풀며 불운을 덜어보려고 오체투지로 절하는 사람, 촛불에 음식을 차려 놓고 손비비는 사람들을 보며 가난과 질곡에서 허덕이는 민초들이 많이 있음을 보았다. 또한 능선과 정상에서 서울의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하늘을 찌를 듯한 무수한 빌딩 숲을 보았다. 모든 세대와 모든 민족과 모든 대륙에서 인간들은 부귀영화를 바라고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사는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누가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다. 자기의 분수를 알고 주어진 환경에서 생각하며 지헤를 써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확실한 인생관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미신과 헛 것에 현혹되어 주체적인 삶을 놓치고 흔들리며 살아서는 안된다. 터무니없는 불안감과 걱정에 휘둘리면 안된다. 죽으면 죽으리라 하는 심정으로 강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사즉생(死卽生) 생즉사(生卽死) 이다. 죽기를 각오하면 사는 길이 보이고, 살아보려 약해지면 그 것이 곧 파멸로 연결된다 는 점이다.
"진실로 아무 것도 갖지않은 사람, 집착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다. 지혜로 사람은 아무 것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 보라. 많이 가지고 있는 자들이 여기저기에 얽매여 얼마나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가를..." (우다나. 이티붓타카)
인왕산 등산을 끝내고 경복궁역으로 나오면 꼭 들르는 국밥집이 있다. 서울에서도 가장 오래되었다는 종로구 체부동 골목 전통시장 입구에 있는 <가고파 집> 식당이다. 한자리에서 40여년 동안 음식점을 했다는 곳인데 순대국밥을 잘 한다. 원래는 상호도 없이 고사지낼 때 필요한 돼지머리 등을 삶아 팔던 식당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집의 이름을 <가포파집> 이라고 한데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가곡 '가고파' 작곡가이신 작고하신 김동진 선생님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이 집에서 자주 지인들과 인생 이야기며 음악 이야기 등을 나누시며 돼지머릿고기, 순대에 술 한잔 하곤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상호도 가고파집이 되어버렸다. 이 집에만 오면 왠지 향수같은 게 어린다. "내 고향 남쪽 나라 그 파란 물 눈에 어리네..." 나의 고향 생각이 난다. 노산 이은상 선생님의 고향은 마산이고 마산은 나의 처가집이 있기도 하며, 그리고 내 고향도 한반도 남쪽 남해바다에 접해있는 섬이다. 그러니 나의 가슴에 향수가 되살아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순대국밥과 막걸리 한병을 놓고 시장기를 면하면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 집의 단골이다. 값도 저렴하고 고기맛도 좋아 서민들에겐 최상의 식당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종로구청의 '착한 가게' 기념패가 붙어있다. 돼지국밥이 5,000원, 머릿고기 등 술안주는 한 접시에 10,000~12,000원 수준이다. 착한 가게이다.
가고파 -- 이은상 작사, 김동진 작곡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살게 되었는고
온갖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 김동진(金東振)(1913~2009): 작곡가/ 평안남도 안주군 출신/ 숭실전문 문과, 일본 고등음악학교 바이올린 전공 졸업/ 아버지가 목사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교회를 통해 서양음악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숭실중학교 재학 중이던 1931년에 김동환의 시에 곡을 붙인 〈봄이 오면〉은 처음 본격적으로 작곡한 노래라고 한다. 1938년 일본 고등음악학교를 졸업하고, 만주 신경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 및 작곡을 담당하여 평양 국립심포니 창설 기념 지휘를 하기도 했으며, 만주에 머무는 동안 가곡 〈내마음>〈수선화〉등을 작곡하며 활발한 활동을 함. 1950년 한국 전쟁 중에 남한에 거처를 옮기고 육군의 종군작가단 일원이 됨/ 초대 예술원회원을 역임/ 숙명여자대, 서라벌예대, 경희대 교수/ 작품: 오페라 〈심청전〉등, 가곡 〈가고파〉<내 마음〉〈뱃노래〉〈수선화〉 등.
○ 이은상(李殷相) (1903 ∼1982): 시조 시인·사학자/ 호는 노산(蘆山)/ 경남 마산 출생/ 경성 연희전문학교 문과와 일본 와세다 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경성 이화여자전문,서울대학교, 영남대학교 교수/ 대한민족문화협회장·한국시조작가협회장·한국산악회 회장/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투옥되기도 하였으며, 〈조선문단〉지 초기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함/ 저서: 《노산 시조집》, 《조국 강산》, 《이 충무공 일대기》 등.
서대문 독립문역에서 국사당, 선바위, 장군바위, 인왕산 성곽 능선 까지: < photos by Nikon D7000 >
인왕산 성곽 능선길, 범바위, 정상으로 가는 길:
인왕산 정상에서:
하산 길 (정상- 기차바위 - 상명대앞 홍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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