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 기찻길, 푸른수목원 - (2015-01-24)
- 낭만의 길, 추억의 길, 그리움의 길 ....
누가 길을 찾고자 하는가? 누가 상념에 젖고 싶어 옛길을 찾고자 하는가? 그리움에 잠 못 이루는 밤, 창문 틈사이로 들려오는 희미한 기차 소리를 들으며 옛 사람을 떠올리고 있는가?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할 고향이 못내 그리워 지는 사람이 있는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서울의 서남부 한적한 곳 '항동 기찻길' 로 가 볼 일이다. 녹슬고 페허같은 기찻길이 단선(單線)으로 주욱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며 그리움과 달려가는 길이 있다. 이 옛 기찻길 철로 위에 서면 우리의 상념이 나래를 펴고, 그리움은 바람처럼 다가와서 우리를 한없이 인도할 것이다. 날고 퇴락한 철로 위에서 되레 삶의 정감을 느끼며 내 안의 내면을 살펴보며 나의 지난 날들을 반추해 볼 수 있게 한다.
○ 항동 기찻길: 길이 4.5km의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경기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지는 옛 철길이다. 1959년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가 원료와 생산물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었다. 당시엔 화물차가 수시로 다녔으나 지금은 군용 물자를 나르는 열차만 어쩌다가 운행하는 폐선로(廢線路)인 옛 기찻길이다.
○ 푸른 수목원: 서울 구로구 연동로 240 / 02-2686-3200 / 오전 5시~오후 10시 까지 개방. 서울시 최초의 수목원이다. 연면적 10만 3,000㎡로
서울광장의 8배 정도 된다. 25개의 테마정원과 1700여 종의 다양한 나무와 화초를 구경할 수 있다. 입장료 무료, 주차장 이용시 주차요금 ( 5분당 : 소형 150원, 중형 300원, 대형 450원) 만 내면 된다. 생태공원 안에 '항동저수지' 도 있으며 갈대 군락과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항동 기찻길과 푸른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에서 나오는 방향 직진하여 신호가 있는 지구촌도서관이 보이는 4거리에서 길을 건너 다시 왼쪽으로 또 길을 건너면 지구촌도서관과 삼성주택 사이로 철길 들머리이다. 초입의 주택가 사이의 철길을 따라 가면 21세기 드림교회가 나오고 여기를 조금 지나면 낮은 야산 사이를 지나고 바로 한적한 시골풍의 경치가 나오며 우측으로 푸른수목원이 나온다. 철길은 계속이어지게 된다.
7호선 전철 내부의 노선도를 보다가 항동 기찻길 안내가 있어 찾아보니 아주 매력적인 곳이었다. 진즉 가보고 싶었으나 틈이 나지 않았으나 오늘은 시내에 볼 일로 나왔다가 이 곳을 찾아왔다. 7호선 천왕역에 내려 2번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와 행인들에게 물어물어 철길 초입에 들어섰다. 왼쪽엔 다세대 주택가, 오른 쪽엔 금강수목원 아파트 단지가 있는 사잇길로 걸어는데 처음엔 조금 실망감이 들었다. 그러나 설레임으로 미지의 길을 걸어가니 21세기 드림교회가 나오고 조금 더 가니 낮은 언덕같은 야산을 가로질러 그 낭만이 서리는 추억의 철길이 나타난다. 한적한 시골마을 같은 전원 풍경이 이 삭막한 겨울인데도 마음을 이끌고 간다. 너무 아름다운 목가적인 경치가 펼쳐지는 것이다. 오른 쪽은 수목원이며 왼쪽은 시흥IC로 달려나가는 서해안로 도로 사이의 경작지 사이로 녹슬은 철길은 이어지고 있었다. 일직선이다. 푸른수목원의 키 높은 조경수가 더욱 운치를 더한다. 봄이 되면 철길 가로 얼마나 많은 야생화가 만발할 것인가? 싱싱한 여름 숲이 우거질 때면, 가을 단풍이 온 세상을 물들일 때면 이 곳은 얼마나 아름다운 낙원일 것인가? 아, 아니다 지금 겨울 눈 덮인 녹슬은 철로를 생각해 보자. 그 위를 풑 프린트를 남기며 홀로 또는 정다운 사람과 거니는 발걸음은 얼마나 사뿐할까? 나는 오만가지 상상을 다 하면서 철길을 걷고 걸었다. 시원스런 농촌 분위기의 철길을 낭만적으로 혼자 걸어갔다. 걷다가 보니 개천이 나타나고 아주 넓은 유수지 같은 공지가 나타났다. 오른 쪽엔 범박휴먼시아 아파트가 보이고 전면은 낮은 야산이 나왔다. 여기까지 걸었다. 너무 아쉽다. 시간이 없어 안타까웠다. 하염없이 원없이 걸어보고 싶었다. 되 돌아 나오면서 나는 다음을 기약해 본다. 푸른숲수목원 정문 쪽으로 걸어가 수목원으로 들어가 보았다. 항동 저수지가 있어 시원했으며 산책로가 잘 마련되었다. 바쁘다 바빠 두러 볼 시간이 없네...나는 저수지 곁 뚝길을 걸으며 너무 좋구나,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감탄하며 마을버스를 타고 오류역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어서 봄이여 오너라. 나는 수목원을 거쳐 이 아름다운 옛 철길을 따라 어디론지 무한정 걷고 싶다....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 photos by nikon coolpix L20
2번 출구 직진 사거리 에서 대각선 방향의 지구촌학교와 왼쪽 다세주택 사이 철길 초입이 시작되는 곳이다.
21세기드림교회가 보인 곳의 방향으로...
여기서 부터 낭만의 길이 시작된다....
뒤돌아보며...
아, 추억의 길이 시작되는 구나...,
언덕 위의 동심....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이다.
저기 로봇 조형물이 길으 가르키고 있다. 컴퓨터 인간, 그것이 현대인의 변종이다...
낮은 언덕 사이길을 나오니 바로 오른쪽에 푸른수목원이다...
오, 오 추억의 길이다. 낭만의 길이다. 일상이 주는 행복의 길이다. 누구에게는 사랑의 길이다. 우리는 항상 어디론가 간다. 길을 따라 간다. 이 길이 정도(正道)인가? 사도(邪道)인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하여 우리는 구도(求道)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진실을 살다 가는 것이 진리를 찾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인생의 의미이다. - 소설가 최인호.
지나 온 길을 뒤돌아 보았다. 누군가는 말했다. 절대 뒤돌아 보지 말아라. 떠나온 길은 잊어라. 지금 나의 이 길이 중요하다. 이 길만을 열중하자.
푸른 수목원...
나이 지긋한 여성들이 천왕역 방향으로 가고있다 서로 다정한 이야기 꽃이 만발하는 듯 하다... 우리가 숨 쉬는 동안은 자유로워야 한다. 아무 걸림이 없이, 속박이 없이 나래를 편 새처럼 그렇게 자유로워야 한다. 인생은 무상하다. 가는 세월이 아쉽고 아깝다......노년이여! 우리를 애워싸고 있는 굴레에서 우리를 자유케 하여다오... ...
철길을 걷는 어느 가족들...그 중의 한 아이...아름다운 마음아, 너는 무슨 걱정이 있겠냐? 너는 세상의 보배다. 너는 하늘 나라다. 일찍이 중동의 사막나라 모래가 펄펄 날리는 그 곳에서 나사렛 촌동네 예수란 분이 말씀했다. "너희가 어린이 같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오, 너는 구김이 없는 마음이다. 욕심도 없으며 걱정도 없으며, 무엇이든 구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즉각 획득 되어야만 한다. 너희들은 중요하다. 우리들 어른의 선생이기 때문이다. 너는 재벌가의 거만한 못된 여성도 아니며, 너는 파렴치한 무슨회사의 못 되먹은 갑질하는 넘도 아니다. 너는 성희롱이나 하는 대학 선생은 더구나 아니다. 너는 허울 좋고 입만 살아있는 무슨 대표기관의 금뺏지도 아니다. 너는 오직 너일 뿐이다. 순수일 뿐이다. 정직일 뿐이다. 겸손일 뿐이다. 너는 갑(甲)이 아니다. 너는 거짓말도 아니다. 나는 사술도 모른다. 너에게는 오직 동경심만 있고, 의문의 마음만 있고, 희망만 있고, 성장만 있을 뿐이다. 너는 실패를 모르고 개의치 않으니 가장 큰 발명가가 되고 성공자가 되고 그럴 것이다. 너는 언제나 꿈이고 음악이고 천국일 뿐이다. 너는 현재 진행형의 천국 나라이다....
철길 - 안도현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 안도현(1961~ ): 경북 예천 출생/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단국대 문에창작과 졸업/ 1981년 매일신문,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우석대 문예창작학 교수/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등 수상/ 2007년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등.
온자 가는 길 보다 둘이서 함께 가리... 철길은 언제나 둘이 손잡고 걸어간다. 두리 달려 간다. 우리도 누군가와 언제나 함께 가야하리...사랑하는 사람을 늘 부르며 함께 걸어가리.....
푸른 수목원 끝까지 왔다. 여기서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푸른숲 항동 저수지가 나온다.
기차가 달려 올 것만 같다. 나를 대려갈 기차가... 아니면 서울 간 우리 누님이 선물을 한보따리 들고 연지곤지 찍어 바르고 분 냄새 풍기며 까치까치 설날을 기다리는 내 마음 속으로 달려 올 것만 같다.....반가운 사람이 손수건을 흔드는 것만 같다....아, 아지랭이는 왜 없을까?
이런 곳에서 순두부에 막걸리...까치 울음소리 들으며, 파르르 파르르 참새들 날으는 소리 들으며, 한가로이 젖소가 송아지 찾는 음매하는 소리를 들으며...순두부에 막걸리 .... 오지 않은 향복은 왜 기다려? 오지 않은 님은 왜 기다려? 그렇게 그렇게 가는 세월을 왜 쳐다봐?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있다고?
이런 시골 교회당 첨탑만 보면 향수에 젖는다. 그 옛날 사탕 하나 얻어 먹으려 한 밤중 고갯길을 넘어 이웃 마을 예배당에 가던 일이 생각난다. 그땐 왠지 싱그럽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에 들뜬 기분이었다. 옛날 시골교회는 소박했다. 사랑이 넘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지금 이 번드르한 시대의 그 크고 웅장한 교회들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존경하는 종교인들은 어디를 갔나? 낮은 데로 임하시는 주님은 오늘도 이런 시골 교회마당을 서성이시고 계시지는 않을까? 많은 생각에 잠기시면서... " GOD KNOWS ALL, BUT WAIT...." 우리 인간을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조그만 시골 아담한 집에서, 텃 밭이나 가꾸며 한 석삼년 만 살보았으면 좋겠다. 봄이 씨 뿌리고 이파리 나고 김 메워주다보면 가을 되겠지...가을엔 텃밭의 먹거리들을 거두어서 곳간에 넣어두리...한겨울 눈 내리고 얼음 얼 때면 잔가지나 때면서 뜨끈한 아랫목에서 님 보고 웃고 님 손잡아보며 그러게 한 석삼년만 살아 보았으면...
부천 쪽 방향...비닐 하우스가 심드렁하게 뼈대를 드러내어 있다....
수목원 방향을 뒤돌아 보다....
녹슬은 기찻길..여기 까지 걸었다. 더 가지 못 함을 아쉬워하였다. 아쉬움은 다시 옴의 약속이다...
되돌아 가는 길....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떤 어려운 일도....
어떤 즐거운 일도....
영원하지 않다.
인간이란 고독한 존재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그런 자신과 함께
순수하게 존재할 수 있다.
- 법정 스님.
다시 나온 철길 건널목에서 좌회전...푸른 수목원으로 간다...
'푸른수목원' 내 마음도 푸르러 지는 것 같다.
푸른 수목원 에 있는 '항동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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