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묘적사 길 - (2015-04-05)
오늘은 식목일이다. 날씨가 흐리다. 집 주위에 꽃들이 피어있다. 한강변 개나리가 노랗게 인사하고, 아파트 화단 목련화도 피어나서 안녕한다. 매화도 움을 틔우면서 조금만 있으라고 한다. 화단이나 강변의 나무들도 신초록의 잎사귀들을 내어놓고 있다. 봄이구나. 봄~ 하고 생각하니 꽃 구경할 생각이 앞선다. 머리 속에 제일 먼저 양평 개군면 내리와 주읍리, 이천 백사면의 원적산 기슭 도립리 등의 산수유가 떠오르고, 강화도 고려산의 진달래 군락이 생각나고, 여의도 뚝방길, 장안평 중랑천변, 서울대공원 주변 등의 벗꽃이 생각났다.
날씨는 흐리고 회색조의 묘한 풍경이다. 집사람은 교회를 다녀오겠다며 나가며 작은 아들이 고기를 먹자 한다면서 외출하지 말고 기다리란다. 큰 아들네는 처가집에 장모 회갑연으로 가고 없다. 점심을 하려나? 집사람만을 기다리는데 정오가 거의 되어서야 저녁으로 외식을 가자고 한다. 집사람은 저녁으로 하면 저녁 밥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아이쿠 진작 얘기할 일이지 나는 이게 뭔가? 난 봄 꽃 보러 가야하는데...
오늘 마침 개군산 산수유축제 시작일인데 얼마나 도로가 막힐까? 산수유는 포기하고 저녁 5시경 까지 되돌아 올 수 있는 등산지를 생각하다 마석의 송라산을 생각해 냈다. 화도읍 마석의 조그만 산 송라산은 천마산 등 주변의 조망이 훌륭하다. 오케이 출발이다. 그런데 바깥으로 나가니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집으로 우산 가지려 가는 등 부산을 떨수 밖에 없었다. 포기할 수도 없고 마석은 괜 찮겠지? 강변북로를 지나고 구리 토평을 지나고 덕소를 지나 와부읍 월문리로 달려간다. 월문리에서 고개를 넘어 차산리를 거쳐 마석으로 다가설 요량이었다. 그러나 월문리 고개 시작점에 도착하기도 전 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 오늘 등산은 물 건너 간 것이다. 월문리 묘적사 삼거리를 지나 고개길을 올라간 지점의 '석주조각원' 입구 공터에 잠시 주차를 하고 마석행을 포기했다. 어차피 기분 전환으로 나온 길...하늘이 막으니 어찌할 수 없는 일...어쩔 수 없다. 이제 묘적사까지나 가보자. 계곡을 드라이브 하며 조용한 자연에 싸여 마음의 기운이나 가다듬어보자.
다시 묘적사 들머리로 내려와 묘적사 계곡길로 차를 진입시켜 올라간다. 비는 내리는데 조용한 계곡 길이 좋다. 가뭄으로 허기졌을 나무들은 단비를 만나 조용한 내면의 환호성을 지르는 것 같다. 아, 이 산천 초목이 좋구나! 나는 어쩌다가 번잡하고 시끄러운 도회지에 살고 있구나. 자연에서 일하고 먹을 것을 얻고 자연의 품 속에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별 수 없는 인간들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는데...아귀다툼같은 도시 생활이 싫구나.
묘적사에 다다르니 절 입구 공터에 차들이 약간 주차되어 있었다. 무슨 날인가? 사찰 경내를 사진을 찍으면서 대웅전 있는 곳으로 다가가니 왠 일단의 사람들이 마당 중앙의 탑 주위에 모여 무슨 의식이라도 하는 듯 하다. 나는 되돌아 나와 연못 쪽으로 가서 주변을 조금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겨 묘적사 앞 개울 건너 전원주택같은 집들이 길을 따라 걸어보았다. 이 곳은 평소 궁금하긴 했어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다. 비탈 차도를 약간 올라가니 음식점 두 곳과 농원이 있었다. 이곳 조금 높은 언덕에서 묘적사를 바라보니 절 터가 참 명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뒷산 묘적산에는 구름이 걸린듯 운무가 약간 덮여 깊은 분위를 준다. 참 멋 있는 계곡이구나. 주변 경치구나. 송라산을 가지 못 했지만 묘적사 깊은 곳으로 오길 잘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비에 우산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경치를 감상한다 하다 계곡길을 다시 내려와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 오후 한 때의 잠깐의 마음의 평화와 쉼을 얻은 것 같다. 다시 세상으로 내려가야 한다. 번잡과 혼탁의 탁한 기류에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되리라.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가야만 한다. 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로...
♣ 묘적사((妙寂寺): 소재지는 와부읍 수레로661번길 174. 와부읍 월문리 묘적산에 있는 호국사찰로 봉선사의 말사이다.묘적사는 신라 문무왕(661~680)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하지만, 명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1481년(성종12)에 완성된『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권11, 양주목(楊州牧 佛宇條)에 ‘묘적사는 묘적산에 있는데 김수온의 기(記)가 있다(妙寂寺在妙寂山有金守溫記)’라는 기록이 있어 조선 초기에도 이 절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묘적사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봉선사본말사지』「묘적사」條에 보이는데, 「묘적산산신각창건기(妙寂山山神閣創建記)」에 의하면 묘적사는 흙으로 축대를 쌓은 초가로 수백 년 동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가 산신각의 창건과 함께 묘적사에 있던 산신상을 모셨다고 한다. 그후 묘적사는 1969년 화재로 대웅전과 산신각이 전소되었다가 1971년 주지 자신(慈信)스님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웅전과 함께 건립된 요사채의 기둥은 다듬지 않은 원목을 그대로 사용하여 생동감을 주고 있다. 남양주 묘적사 팔각다층석탑 (八角多層石塔)은 조선시대의 석탑으로 2013년 경기도의 유형문화재 제279호로 지정되었다. - < 남양주시 >
와부읍 월문리 '석주조각원'에서:
차산리로 넘어가는 고개 깊숙한 곳에도 공장 같은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이 길이 고갯길이다. 월문리 방향으로 내려보니 무슨 모텔같은데 '유치권행사중' 이란 플래카드가 많이 붙어있고 그 아래에는 멋스런 건물이 보이기도 한다.
묘적사에서:
묘적사 일원의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스런 분위기이다. 울창한 수림이 좋고 산들로 에워쌓여있어 아늑하기만 하다.
농촌 풍경...파종(播種)을 한 뒤 비닐을 덮어 둔 밭이 정겨움을 준다.
템풀 스테이를 하는 절로 경내에 가건물 형태의 거처도 보인다.
묘적사 안내문이 붙은 마치 꼬마 일주문 같은 형태가 정겹다.
대웅전 뜨락에 있는 팔층석탑 중건을 위하여 행사를 한다고 한다.
묘적사 건물들은 현란한 단청으로 색칠하지 않고 원목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어 따스한 느낌을 주게된다. 이 연못에는 물레방아도 있었는데 연못 가 절방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다시 건물들을 짓고 연못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물레방아는 없어졌다고 한다.
2012년 연예인 이효리가 묘적사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 체험을 했다고 한다. 이 곳 템플스테이의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산사에서의 하룻밤을 뜻깊게 보냈다는데...지금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적사를 바라보고 있다. 이효리여, 마음의 평화를 얻어 부디 행복하여라.
묘적사 앞 개울 건너 동산에서:
고을산장 주차장에 차들이 몇대 있었다. 그리고 어떤 아주머니가 밭 가장자리에서 민들레를 캐고 있는데, 인터넷을 보고 오리백숙을 먹으러 이곳에 왔단다. 오리 한마리에 5만여원 정도하는데 참 부드럽고 먹을 만 하더라고 말한다. 인생은 무엇인가?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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