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 - 2016.01.11
직선이다
곡선이다
좁다란 긴 골목길,
바람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한 웅쿰의 미진이
낡은 단독의 담벼락에 붙어버린다.
반지하방의 계단인가
낡은 쓰레빠 한짝
누구를 부르듯이 내다보고,
이 곳을 벗어나면
나의 사랑,
시장 골목길
온갖 것들의 전시장.
눈길이 가는 곳은
언제나
소담한 것들이
그릇에 담겨있다.
미역줄기,
갑오징어,
꽁치며,
물텀벙이....
저건 뭐여,
개불이군.
아, 저 것들,
살아 움직이네.
광어,
우럭,
노래미,
숭어까지...
길가에는
무언가 채소를
다듬고 묶고 손질하는
뭉퉁한 아낙의 손놀림
예술이 따로있나?
맨손이 뭐해서
붕어빵 한봉지 사들고
손주들 앞으로 간다.
가다 돌아서는 길,
동네 도서관에 들러
그냥 나오기 무서워
'한국철학사',
'사랑이라니, 선영아'
두툼하고 슬림하고
읽을 거리 두권을 빌려
옆겨드랑이에 끼워넣는다.
"참 내, 내가 왜이러지?"
책속에 내말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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