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東廟) - (2016.06.26)
서울풍물시장을 보러 가려다 전철을 동묘역에서 잘 못 내려 동묘를 잠깐 보았다. 무더위에 간단하게 일별한 것 이다. 동묘 일대는 동묘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길가의 번잡한 길가 벼룩시장으로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옷 파는 사람들이 많고 각종 중고품, 잡화 등등 무엇이든 파는 것 같았다. 내게 관심이 많은 어떤 중고품 중에는 영국제 풀카본 싸이클이라는데 300만원을 호가하며, 어느 골목 빈티지 오디오 가게에서는 맘에 드는 30년도 넘는 세월의 KEF 빈티지 스피커가 180만원을 호가한다. 재미있는 곳이었다. 골목에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었으며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탁자에 모여앉아 도토리묵이나 파전에 막걸리 등을 잘 마시고 있었다. 정다운 풍경이다. 중고와 호기심이 판치는 세상이었다. 먹자판 세상이었다. 재미있었다.
동묘(東廟)는 서울 종로구 숭인동 238-1 에 소재하며 정식명칭으로 동관왕묘(東關王廟)를 말하며, 서울의 동쪽에 있는 관왕묘(關王廟)라는 뜻으로, 관왕묘는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중국 장수 관우(162~219)의 조각상을 두고 제사 지내는 사당이다. 명나라가 임진왜란에 참전하여 조명(朝明)연합으로 왜군을 물리쳤는데 삼국지의 관운장의 혼령이 도왔다는 명분으로 전쟁 후 명나라 신종(神宗)이 4천 금의 비용과 '현령소덕왕 관공지묘(顯靈昭德王關公之廟)'라고 쓴 친필 액자를 보내 관우 사당 설립을 강요하여 만들어지게 되었다. 동대문 밖 이곳의 동묘는 2년의 공사 끝에 1601년(선조 34년) 완공한 된 것으로, 원래 한양의 동서남북의 4곳에 관왕묘가 있었는데, 북묘는 동묘에 합쳐지고 서묘는 없어졌으며 남묘는 사당동으로 옮겨져 낡은 상태로 남아있며 지금 이곳 동묘만이 가장 큰 규모로 격식을 잘 갖춘 관우의 사당으로 남아있다. 동묘 등은 명과 조선의 합작품으로 건립된 것으로 중국풍 건축물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있으며 보물 제142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사당 건물은 정문의 외삼문과 내삼문이 있으며 그 뒤로 정전이 있고 좌우에 서무, 동무가 있다. 내삼문 왼쪽에는 잡인(雜人)을 금(禁)한다는 금잡인(禁雜人) 표석이, 오른쪽에는 하마비(下馬碑)가 있다. 정전(正殿)은 위엄있게 지은 정면 5칸, 측면 6칸의 긴 네모 형 특이한 구조로 중국식 건물인데, 정전의 안쪽은 잘 볼 수 없었으며 관우상과 몇명의 부하 장수들의 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서무와 동무는 서로 대칭형 구조이며 각각의 끝에는 한 칸 구조의 공간에 커다란 비석이 하나씩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동무 비석에는 앞면에 사도세자가 뒷면에 정조가 쓴 글이 새겨졌다고 하며, 서무비석에는 앞면에 숙종과 뒷면에 영조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정전 건물에는 온갖 관운장의 칭송의 한자 판액이 걸려 있었으며 관우를 황제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이젠 관우는 군신(軍神)이 되어버렸다. 하긴 삼국지 명장 관우는 중국인들이 숭상하는 인물중 공자와 함께 쌍두를 이루고 있는 인물이다. 정전 앞에는 무슨 석물이 있으나 제사예식 관련 같은데 용도는 알수없다. 어떤 사람들은 관우의 역사적 사실과 삼국지, 삼국지연의 등의 내용이 일치 하지 않은 사실등을 들어 관우에 대하여 폄하하거나 약소국인 근대 조선의 처지를 한탄하고 하는데 이 동묘는 관우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만세에 본받을 점이 있으면 자신의 거울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관우(關羽)(162~219)....삼국지에 나오는 관우는 의리의 화신이며, 충성의 표상이고, 용맹한 자로 회자되는 사람이다. 그 캐릭터가 누구나 좋아할 인물이다. 관우는 후한 말의 무장(武將)으로 자는 운장(雲長)이다. 삼국지의 조조와 유비 중 장비와 함께 유비를 호위하고 도원결의를 통하여 향제간으로 지냈으며, 죽을 때까지 변함없는 의리와 충성을 받치는 인물이다. 한때 조조의 진영에 머문 때도 있었으나 관도대전에서 안량 문추의 목을 단 칼에 벤 전과의 공을 세우기도 하였으며, 후에 조조의 회유에도 유비의 소식을 듣자 망설임 없이 유비에게 돌아갔고 조조 또한 큰 마음으로 이를 허용하였다. 후에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패배하여 퇴각할 때 관우와 조우했으나 옛 일을 생각하여 군율을 어기면서도 조조가 퇴각하도록 놓아 주었는데 이는 역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꾸는 한장의 장면이 되고 만다. 관우는 제갈량 앞에서 조조의 목을 가지고 오지 못 한데 대하여 자신을 처형해 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의리의 관우, 관우의 인감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성이 오늘날 사람들을 크게 감명 시키고 지금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관우는 신격화 되어 숭배를 받고 있다. 의리와 신념, 용기...이런 것들은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 관우의 동묘가 가지는 뜻이 크다. 동묘 판액에는 '만고표명(萬古標名)' "만고에 이름을 드날린다", '만고충심(萬古忠心)' "만고의 충성심", '천추의기(千秋義氣)' "영원한 의리" 등이 쓰여있었다. 이런 글을 볼 때 한 인간이 세세토록 후세에게 주는 교훈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마음이 훈훈해 졌다. 진실 없는 세상, 의리 없는 세상, 믿음없는 세상, 이기심이 판치는 세상, 탐욕이 들끓는 세상, 본능이 지배하는 세상...이런 세상에서 시골 천민 출신의 관우가 관왕(關王)으로 황제의 반열에 올라 세세토록 추앙되는 사실에서 변치않는 인간 승리와 감명 깊은 뜻을 아로새기게 되었다.
동묘역에 내려 동묘공원 방향을 바라본다. 인산인해(?) 다...왼쪽 나무 있는 곳이 동묘이다.
벼룩시장 같은 거리의 장터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가장 서민적인 물건들이 가장 인간적인 물건들이다. 내 같이 출신이 낮은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서 자동적으로 묘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마치 우리집에서 우리 어머니가 쓰시던 물건 같은 감정을 느낀다.
보이는 주상복합은 청계천 건너 중구 황학동 2545에 있는 롯데캐슬베네치아 주상복합아파트이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동묘 담장 가에서 물건을 보고있는 사람....사람들 구경이 재미있다.
동묘 정문앞 벼룩시장...와우, 사람들....
동묘공원...동묘 입구이다. 동묘는 공원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금잡인(禁雜人)...옛날에도 잡상인들의 출입을 금한 것 같다. 내삼문 왼쪽에 있다.
서무...내삼문 지나서 좌우측에 대칭으로 서무, 동무가 있다. 5칸 건물이다.
"顯靈昭德義烈武安聖帝廟 (현령소덕의열무안성제묘) "란 글씨도 보인다. 황제의 반열에 오른 장수 관우...
정전 앞의 석물...
나무 창살을 통하여 겨우 들어다 볼 수 있었다. 천추의기(千秋義氣). 관우는 의리의 표상이다...
정전 뒤편이다...
"만고표명 (萬古標名)" ...만고에 걸쳐 이름을 날린다....글씨가 단정, 야무지다.
정전 (正殿)...
정전의 측면...건물 양식이 중국식으로 특이하다...동관왕묘의 중심건물은 두 개의 건물이 앞뒤로 붙어 있는데, 이것은 중국의 절이나 사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다. 지붕은 높은 '정(丁)' 자 모양과 '일(一)'자 모양이 합쳐진 '공(工)'자 모양이다. 실내 공간도 앞뒤로 나뉘어 있는데, 앞은 제례를 위한 전실이고 뒤는 관우와 부하장군들의 조각상을 둔 본실이다. 전실과 본실을 감싼 벽돌의 바깥에는 다시 기둥을 두어 처마를 받치고 있다.
정문 방향...내삼문과 그 앞에 정문인 외삼문...
밖의 바쁘고 와글와글한 풍경과 동묘 안의 고즈녁한 분위기가 대비된다. 영 딴판 세상이다...
샛골목 풍경...
영춘사, 동묘식품...빛 바랜 글씨가 오히려 정답다...
홍천집...보신탕 8,000, 전골, 무침 ....이런 곳에서 먹는 보신탕과 소주 한잔이 참 좋다. 아는 사람은 안다..
빈티지 오디오 가게...한 때 오디오에 미쳐서 전자상가, 세운상가, 강남 국제전자상가 등을 찾아 다니며 소위 명기들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소리를 듣고 맘에 맞는 기기를 발견하면 입맛만 다시다가 나오던 시절이 었었다. 봉급쟁이 신분에 무슨 새 오디어를 장만하겠는가? 만만한 빈티지만 보러 다녔다. 내가 워낙 음악을 좋아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소위 명기라는 오디오 앰프(프리,파워)와 스피커, 주변 재생기기 등에서 잘 매칭이 되어 흐르는 음향을 들으면 넋이 나가는 듯 하였다. 가수의 숨소리 까지 들려와 긴장 시키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날 ' 인피니티 카파(infinity kappa) 9' 이란 내 키보다 큰 스피커를 용달차에 사서 싣고 집으로 들어가서 집사람과 조우하여 조마조마하게 얼굴을 쳐다보던 생각이 난다. 이 스피커는 우퍼와 트위터, 미드렌인지 등 각 2개씩 총 6개의 스피커가 음을 울려주는데 내가 휩쓸린 것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피델리티 영제 앰프와 물리니 출력이 받처주지 못해 영 소리가 나지 않는다. 황당하였다. 이걸 어떻게 하나하다 오디오 관련 서적을 뒤지고 뒤지다 저렴하고 출력이 좋도 이 카파9에도 잘 맞는 앰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스모 안드로메다 프리, 파워 앰프( sumo andromeda free & power amp)' (8Ω, 450 watts 정도 출력) 를 구입하였다. 그랬더니 음이 제대로 나왔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이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었으나 아임에프 사태다 뭐다 하고 살기가 힘들어 지니 들을 취미도 없어지고 등산에 취미를 붙이니 자연히 음악과 멀어졌다. 지금은 이것들이 집안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둘러쓰고 쳐밖혀 있다. 손주들 때문에도 설치를 못한다. 그러다 이 동묘 옆 가게에서 KEF 빈티지 스피커 모델 105/2 (사진의 중앙 2대의 톨보이 스피커 옆의 양쪽의 3단 스피커) 소리를 들으니 다시 옛날의 감동이 발동되는 것 같다. 내 깊숙한 곳의 음악에의 열정이 다시 솟아나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음악을 잊고 살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빈터에는 장사 물건 들이 진을 쳐있다...
전철역 근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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