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전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오는 설날
한강의 남과 북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이것들을 내려 보면서
고향에서 불어올까
바람 한 점
눈을 들어 바라보는데
쓸쓸한 심사(心思) 파도처럼
내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순간처럼 지나가버린
세월의 흔적은 어디 있을까?
간단없이 이어져온
괴로움의 인생길
외로워도
쓸쓸해도
안개 같이 희미한 길
꽃 한송이 꺽어들고
홀로 걸어가야한다
고향의 바닷가
그 푸른 해원(海原)을 그리며
잔잔한 파도에 반짝이는 물결
그리운 얼굴 하나 있어
눈을 감아보지만
꽃잎처럼 사라지는 허상(虛像).
올해도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쓸쓸한 그늘같은
못 잊을 추억에의 연민.
- ( 2017.01.26 )
♣ 명절 때만 되면 조금 허전해진다. 도시에서의 명절은 어딘지 따스함이 부족한 것 같다. 나의 마음 속의 명절은 하얀 눈 덮인 산, 큰 삼거리 길가 모퉁이의 키 큰 느티나무 한 그루와 초가 삼간 굴뚝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 개 짖는 소리, 멀리 아이들 뛰노는 소리, 먼 하늘에 높이올려진 오색 연의 팔랑이는 모습...그런 것들이다. 평범하고 소박한 시골 풍경이다. 새 옷과 새 신발을 신고 가볍게 들길을 따라, 산길을 올라 산소에 가던 모습이다. 찬 기운이 두 빰에 닿아 정신이 맑아지며 왠지 모든 세상이 새롭게 보이던 그런 풍경이다. 어린 동심의 세계이다. 나이 먹어도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풍경이다. 갈 수록 도시의 삭막함이 싫어진다.
"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짓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 - < 정지용(1902~1950), 향수(鄕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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