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공간
어디에서 둔탁한 장비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열심히 일하는 광경이 떠오른다.
밀폐된 공간에서 수인처럼 앉아
내 몸속의 어떤 기류를 느껴보려한다.
부단한 피의 흐름,
나는 분명 살아있는데
아,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런데,
한때의 소중한 사랑의 감정이
또렸하다가, 곧 파편처럼 흩어지길 반복한다.
"할아버지, 나도 방 하나 있으면 안되?"(-6살 손자)
"할아버지, 난 언니야, 공주라고.."(-4살 손녀)
손주들의 음성이 나의 뒤통수를 스치며 사라진다.
어떻게 해야하지?
볼 수 없는 아이들을 그리워 해선 안된다.
이제 구겨져버린 삶이 되었을 지라도
아직은 더 걸어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
언젠가 노을 저편의 희미한 허공을 바라보며
그래도, 나는
이 삶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 2018.0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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