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떠나야 할 때
입동(立冬)이 지난지 보름도 넘었고,
소설(小雪)도 몇일 전 지나갔다.
은행나무는 마지막 노란 잎을 놓아주지 않고 있지만
가을은 흔적을 거두고 물러나고 있다.
기온이 내려가니 주변도 적막하다.
어린이 놀이터도 조용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디 다녀오는 길에
너희들의 환상을 보는 것 같다.
시선을 그곳에 돌리면 없어지고,
무심히 걸어가면 다시 보이는,
오늘 따라 보고싶은 마음 때문인가?
스산한 초겨울 바람이 목덜미에 와닿는다.
마른 기침까지 목구멍에서 올라온다.
겨울이 우리의 손발을 묶으려 하고 있다.
길가 나무에서 마른 잎이 떨어지고 있다.
옷도 껴입지 않고 알몸이 되려는 나무...
이제 모두 버리고 길을 가야한다.
집착(執着)에서 떠나야 할 때이다.
- ( 2019.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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