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충전
창밖은 왜 이렇게 조용한가?
나의 느슨한 신경이 첼로의 저음 같은
어떤 진동을 방안의 공기로 부터 감지한다
수없이 들려오는 언어들이 내 안에서
그들만의 수신호(手信號)를 주고받는다.
남쪽 거칠고 어두운 해저(海底)에서
무언가를 더듬어 담는 무딘 손가락이 보인다
삶의 깊이는 한계가 없는 것인가?
컴퓨터 앞에만 붙어있는 아들의 어두운
얼굴이 길 잃은 수노루처럼 보인다
철새도 짝을 지어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말없는 어린 손자의 얼굴이 스치운다
공부하랴 무덤덤한 얼굴, 토끼처럼 뛰어놀며 커라
오후 엷게 스치는 햇빛을 받으며
쇼파에 누워있는 마누라가 지친 어미 젓소처럼 보인다.
창가에서 네 몸에 기운을 주어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아라
더 많이 너를 힘들게 하며 살아남아라
밤이 오거든 점등(點燈)하고 다시 밝아지면
불을 꺼라 생활의 언어를 새롭게 배워라
추어탕을 먹으면 몸이 튼튼해 진다
세상의 총합은 결국 제로에 수렴한다
흙탕물에서 연꽃은 피어난다 물 위에 달 뜨면
바가지로 퍼 마셔라 피로를 느끼지 말아라
노천의 채소파는 노파(老婆)의 웃는 얼굴을 떠올려라
끝까지 뉘우치지 않는 절망을 넘어서서
아름다운 희망을 의지처로 삼아라
네 몸에 기운을 주어라 더 걷는 법을 고찰하라
매일의 새로움을 발견하여라
언제나 네 몸에 기운을 주어라.
- ( 2020.0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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