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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풍차

섣달 보름달 - ( 2020.01.09 )

by the road of Wind. 2020. 1. 9.


섣달 보름달 


둥근달이 멀거니 밤 하늘

중천(中天)에 떠올라 있다.

커다란 섣달 보름달을 바라보니 

울 엄마 생각이 간절하다.


고생만 하시다 저 세상으로 가신 울엄마,

해 뜨면 들로, 바닷가로,

어떤 때는 산으로 헤매시다가

해 질 무렵이면 흙 묻은 흰 머리수건에 

한손에 호미들고 지친 모습으로

앞마당에 들어서시던

울 엄마가 생각난다.  

 

오늘같은 달밝은 가을밤이면

하얀 달빛 내리는 마당에 앉아

지붕에 쓸 이엉을 만드시던 모습도,

내 학교 공납금 납부기한이 되면 

마을의 부잣집으로 달려가곤 하시던

울 엄마가 생각난다.   


춘궁기 힘든 시기가 오면

먹거리를 찾아 마을 바닷가에서

파래, 청각 등을 뜯어오셔서

그 위에 조금 얻어온 한 됫박 쌀을

뿌리듯 하여 꿀꿀이 죽같은 밥상을 내어오시던

울 엄마의 수심(愁心)어린 얼굴이 생각난다  


점심 도시락으로 싸주시던

고구마를 학교가는 길 산 아래서

친구들 몰래 미리 먹어치울 때

울엄마 마음처럼 보이던

추운 겨울산의 모습이 생각난다

 

보름 앞으로 설날이다.

설을 기다리며 설레이던 고모님이

보내오신 설옷을 궤짝농에 넣어두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 때가 생각난다.  


커다란 둥근 섣달 보름달, 

모든 게 생각난다

울 엄마가 생각난다.


올망 졸망 자식들 생각 뿐이셨을

울엄마가 생각난다.


어머니, 어머니.....


-  ( 2020.0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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