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보름달
둥근달이 멀거니 밤 하늘
중천(中天)에 떠올라 있다.
커다란 섣달 보름달을 바라보니
울 엄마 생각이 간절하다.
고생만 하시다 저 세상으로 가신 울엄마,
해 뜨면 들로, 바닷가로,
어떤 때는 산으로 헤매시다가
해 질 무렵이면 흙 묻은 흰 머리수건에
한손에 호미들고 지친 모습으로
앞마당에 들어서시던
울 엄마가 생각난다.
오늘같은 달밝은 가을밤이면
하얀 달빛 내리는 마당에 앉아
지붕에 쓸 이엉을 만드시던 모습도,
내 학교 공납금 납부기한이 되면
마을의 부잣집으로 달려가곤 하시던
울 엄마가 생각난다.
춘궁기 힘든 시기가 오면
먹거리를 찾아 마을 바닷가에서
파래, 청각 등을 뜯어오셔서
그 위에 조금 얻어온 한 됫박 쌀을
뿌리듯 하여 꿀꿀이 죽같은 밥상을 내어오시던
울 엄마의 수심(愁心)어린 얼굴이 생각난다
점심 도시락으로 싸주시던
고구마를 학교가는 길 산 아래서
친구들 몰래 미리 먹어치울 때
울엄마 마음처럼 보이던
추운 겨울산의 모습이 생각난다
보름 앞으로 설날이다.
설을 기다리며 설레이던 고모님이
보내오신 설옷을 궤짝농에 넣어두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 때가 생각난다.
커다란 둥근 섣달 보름달,
모든 게 생각난다
울 엄마가 생각난다.
올망 졸망 자식들 생각 뿐이셨을
울엄마가 생각난다.
어머니, 어머니.....
- ( 2020.01.09 )
'카테고리 구릅 > 내 마음의 풍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에게 - ( 2020.01.31 ) (0) | 2020.01.31 |
---|---|
하루의 시작 - ( 2020.01.16 ) (0) | 2020.01.16 |
희망 충전 - ( 2020.01.05 ) (0) | 2020.01.05 |
시간열차 - ( 2019.12.28 ) (0) | 2019.12.28 |
12월의 기도 - ( 2019.12.27 ) (0) | 2019.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