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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생각 노트

나는 모두 용서하기로 했다 - ( 2020.02.03 )

by the road of Wind. 2020. 2. 3.

나는 모두 용서하기로 했다  - ( 2020.02.03 )


나는 나에게 맺힌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살기로 했다.

나는 까닭없이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기로 했다.

나를 증오하는 사람까지도 조건 없이 용서하기로 했다.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인연들에 감사하기로 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도, 맑은 바람 한점도,

무심히 뜬 구름도, 어느 산 속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소중한 만남이라 여기며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나는 하루 하루를 새로운 한 날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나는 내 여생 동안 우리 집사람을 위해 살아가기로 했다.

나는 우리 손자,손녀를 누구보다 사랑하기로 했다. 

나는 우리 자식들, 며느리, 나의 동생들을 감싸안고 살아가기로 했다. 

나는 부족한 한 인간으로 겸손히 살기로 했다.   




벼랑에 대하여

                    김재진


한 줄의 편지 쓰고 싶은 날 있듯

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있다.

견딜 수 없던 마음 갑자기 풀어지고

이해할 수 없던 사람이 문득

이해되어질 때 있다.


저마다의 상황과 저마다의 변명 속을

견디어가야 하는 사람들

땡볕을 걸어가는 맨발의 구도자처럼

돌이켜보면 삶 또한

구도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세파에 부대껴

마음 젖지 않는 날 드물고

더 이상 물러설 데 없는 벼랑에 서보면

용서할 수 없던 사람들이 문득

용서하고 싶어질 때 있다.



김재진 (1955~ ): 대구 출생. 계명대 기악과 졸.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같은 해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되며 40년이 넘는 시간 글을 썼다. 글을 쓰면서도 문단과는 멀리 있고,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과는 거리를 둔 은둔자로서의 삶을 추구해온 그는 우연히 듣게 된 첼로 소리에 끌려 첼리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음대에 입학하기도 했다. 시집: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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