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등대 - ( 2020.02.09 )
나에게 등대는 어두움 속에서 빛나는 희망 그 자체다. 나는 어릴 때 우리 아버지를 따라 고향 앞 바다에 노젖는 배를 타고 줄낚시 하러 가끔 다녔다. 그런데 물고기는 아침 일찍 해 뜨기 직전이나. 저녁 해질 무렵에 잘 잡혔다. 산 그늘이 바다에 드리워 질 때 그늘진 곳에서 묘하게 고기 입질이 시작되며 손끝에 신호가 오기 시작하였다. 물고기는 처음엔 톡톡하며 미끼를 건들어 보다, 낚시줄을 조금 느쳐주며 정지하면 미끼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는지 덥썩 물기 시작한다. 그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세게 낙아채면 고기가 걸려들게 되며 낚시줄을 팽팽이 끌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 때의 손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왜 낚시꾼들이 광적인 매니어가 되는지 알 수 있다.
초저녁 낚시하는데 몰두하다보면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주변이 어두워진다. 섬들의 산들은 어두운 하늘금을 그리다 서서히 모습이 더욱 어두워진다. 아버님은 썰물을 헤치며 집을 향해 열심히 노를 젖는다. 바다 가운데서 물결을 거슬러 오르면 아주 멀리 등대 불빛이 어둠 속에서 명멸하였다. 그 불빛을 바라보면 우리가 가는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나는 배 앞쪽에서 전면을 응시한며 마을 앞 바다까지 가는 동안 그 간헐적으로 일정하게 반짝이는 등대 불빛과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을 쳐다보곤 하였다. 나에겐 이러한 추억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된다.
2019.08.31 오이도 빨간 등대
나는 도시생활에 한동안 등대같은 것은 볼 수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등대는 먼 나라 이야기 같이 생각되었다. 그러다, 어느 때 오이도에 놀러갔다가 오이도 방파제 위에 서있는 있는 빨간 등대를 보고 너무 좋았다. 그 후 나는 자전거로 오이도역에 점프하여 오이도 주변을 많이 돌아다녔다. 나는 그냥 빨간 등대가 좋았다. 옛 생각이 떠오르며 서해 바다를 바라보면 감동이 밀려왔다. 그 후에 지금의 뚝섬유원지 곁 한강변으로 이사왔는데, 집 앞의 강가에 하얀 등대가 보였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고 기뻤다. 나는 시간이 나는데로 이 등대 건물 곁에 나가 한강을 바라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 등대가 엊그제 완전 철거되었다. 모든 건물 등 시설물이 헐리고 말았다. 한강을 산책할 때 마다 바라보며 옛 생각에 잠기곤 하던 내 마음의 상징과 같았던 하얀 등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너무 아쉽다.
2015.11.28 뚝섬유원지 빨간 등대
이 등대 건물이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더없는 허무감을 느낀다. 나도 사정이 생겨 이 정든 한강변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 살게된다. 겨우 일주일 차이로 등대건물도 사라지고, 나도 이사가게 되었다. 내 나이 50,60대를 함께했던 등대는 내가 이사가는 시점에서 먼저 헐려 나갔다. 참 묘한 인연이다. 나는 앞으로 강물 대신 낮은 야산을 끼고 산과 함께 내 노년을 보내게 될 것같다. 너무나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정말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데, 운명이 그렇게 이끄는 일이니 할 수 없는 일이다. 내 마음이 우울하다.
'카테고리 구릅 > 생각 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화 - ( 2020.02.29 ) (0) | 2020.02.29 |
---|---|
밥맛이 쓰다 - ( 2020.02.28 ) (0) | 2020.02.28 |
입춘 - ( 2020.02.04 ) (0) | 2020.02.04 |
나는 모두 용서하기로 했다 - ( 2020.02.03 ) (0) | 2020.02.03 |
스스로 바라보기 - ( 2020.01.17 ) (0) | 2020.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