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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풍차

무인도 - ( 2020.02.04 )

by the road of Wind. 2020. 2. 4.


   2016..9.7 장봉도



무인도


때때로 어디론가 가고싶다.
이왕 가려면 무인도가 좋을 것이다.
해삼, 멍게가 지천에 널려 있고,
무인도라고 아무도 없으면 너무 쓸쓸하겠지.
조그만 구멍가게 하나쯤은 있어야 하리.
바닷가에 앉아 해삼, 멍게 한 접시에
쓰디 쓴 빨간 딱지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싶다. 
그러면, 세상의 시름이 매듭을 풀고 날아가리라.
비릿한 바다 내음에 모든 절망을 섞어서
밀려나는 조류에 맡겨보고 싶다.
그러면, 저 남해바다 태종대 앞 까지 떠밀려가다
보따리 터뜨려지며 흔적없이 사라지겠지.
아, 천성(天性)이 외로운 사람은
어디를 가나 쓸쓸함을 달고 살아야 하나?
까닭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구나.
너만 외로우냐 울지마라, 무인도도 언제나 외롭다. 
갈매기도 때때로 힘들고 외로워 꺼억 꺼억 울고있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 이루는 수평선(水平線) 을 따라
커다란 상선 한척이 미끄러져 가고 있다.
그래, 나만 외롭고 힘든 세상이겠나?
마지막 쓴 잔을 목구멍에 털어넣고
다시 눈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본다.
 
- ( 2020.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