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다시 본 그 꽃 - ( 2020.07.31 )
오늘 아침은 날씨가 좋습니다. 장마의 물폭탄으로 중부지방에 난리가 났다는 뉴스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간단한 옷 차림으로 아침 운동을 나가보았습니다. 아침 공기는 상쾌합니다. 고덕천에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을 더러 만나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모든 면에서 젊은이들이 살아가기 힘든 상황입니다.
고덕천은 비오는 가운데 바라보는 것과 청명한 아침에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판이하게 다릅니다. 꽃이나 잡초나 변함이 없을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 인식하는 사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비올 때 머리 숙인 꽃을 보면 안됬다는 생각이고, 맑은 날 생기 발랄한 꽃은 만면에 웃음 짓는 천사같다고나 할 수 있습니다.
고은 시인은 말했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우리들이 산을 오를 때는 힘들어 주변을 자세히 볼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빨리 목표하는 정상에 도달할까가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비로소 내 주위를 한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내가 살아간다고 바쁘고 지쳐있을 때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퇴직하고 쉬고 있으면 비로소 내 주변의 부모 형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나는 힘이 없습니다. 나는 수익을 창출하지도 못하고 소비하는 인간이 되는것입니다. 물론 물질의 여유도 없습니다. 이때 비로소 좌절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시간 있고, 놀고 있는데, 나는 인간 구실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부모님이 우리 곁을 떠나갑니다. 형제들은 외면하고 슬픔에 쌓여 절망하게 됩니다. 이게 보통의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가까이 있을 때 잘해!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관심도 멀어집니다. 그게 인간입니다. 그리운 사람들은 자주 만나야 합니다. 그리운 사람은 만날 때 부담이 없고 서로 정이 통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만나는 것이 괴로움입니다. 그런데, 불가(佛家)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조차 만나지 말라고 합니다. 다시 보지 못함이 괴로움이 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인간세상의 온갖 괴로움과 불행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두 가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지 말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도 만나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보지 못함이 괴로움이며,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보는 것이 또한 괴로움이다.
不當趣所愛(부당취소애)
亦莫有不愛(역막유불애)
愛之不見憂(애지불견우)
不愛亦見憂(불애역견우) - < 법구경 16장, '애호품(愛好品) 쾌락(快樂)의 장' >
고덕천을 걸으며 평소 보던 그 꽃도 오늘 아침 다시 보니 너무 아름답습니다. 웃는 모습의 꽃을 자세히 바라 보아야 합니다. 눈 크게 뜨고 그 웃음을 보면서 우리들은 조용히 마음 속으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면 좋을 것입니다.
작은 꽃들도 만납니다. 이름모를 길가의 작은 꽃은 벌들도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앙증맞은 그런 꽃에서 우리 손자, 손자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떠오릅니다. 어린 손주들 본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우리집 사람은 가끔 말합니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다. 손주들 귀여운 재롱을 모두 보았지 않았나 하며 한 숨 쉬듯 말하곤 합니다. 지금 창밖에서는 방학한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놀며 내는 고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름답고 명징한 음악 같습니다.
( 2020.6.20 일자산 산행시 )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어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아침 고덕천의 활짝 웃는 꽃들이 너무 예쁩니다. 나는 꽃과 같이 서있을 수는 없습니다. 만나면 헤어져야 합니다. 우리들은 일상에서 늘 헤어짐을 연습하며 살고 있습니다. 다시 만나 하며 헤어지지만, 그러나 그 말은 흔히 미풍(微風)에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사람의 일에 절대적은 없습니다. 우리는 변합니다. 주변은 변함 없는데, 우리들이 변한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우리 만나지 말자.
만나면 만나지 못할 것을 염려하고,
만나지 못하면 괴롭다고 하지 않는가?
○ 산 책: 걸음수 7,721 steps, 소모열량 283 kcal, 거리 5.4 km, 소요시간 01:07 hrs, 속도 4.8 km/h.
○ 코 스: 고덕천 ( 리앤교- 상일2교 (삼성엔지니어링) - 고덕교 ) (왕복)
* 사진을 클릭하면 실제와 같이 크고 명료하게 볼 수 있습니다.
벌써 가을의 결실이 느껴지는군요.
강아지풀..
'벼과, 강아지풀속'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며,
이삭이 강아지 꼬리를 닮아서 강아지풀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개꼬리풀, 자주강아지풀, 제주개피, 구미초(狗尾草)라고도 한답니다.
호랑나비 한 마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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