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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생각 노트

어떤 사념 - ( 2021.03.09 )

by the road of Wind. 2021. 3. 9.

어떤 사념  

- ( 2021.03.09 )

 

엊그제 봄이 온다고 겨울 내내 타지 않던 자전거를 타면서 쌀쌀한 날씨에 힘들었는데 무리를 했는지, 그리고 그 날 저녁식사에 딱딱한 음식 먹은 것이 문제를 일으 겼는지 아주 심한 구토 증세로 밤 동안 내내 고생하였다. 내 생애 가장 심한 오버이트를 하여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일요일 새벽이 되어 일반 의원에 갈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집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 다녀왔다. 어제 저녁 고생하지 않고 빨리 응급실로 갔어야 하는데 어떻게 진정 되겠지 하다 고생만 실컷 하였다.    

 

이번 일로 나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느껴 적당히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운동이든 음식이든 마땅히 절제를 해야 함을 느꼈다. 모든 일에 분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행복의 원천은 건강한 삶이다 라는 것을 깊이 느낀다. 때마침 출장에서 돌아온 아들이 있어 손쉽게 병원을 다녀왔는데, 만약 가족이 없어 내 혼자 독처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것을 알았다. 가족이란 그늘과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하며, 그 속에서 살아야만 평안을 누리고 행복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면서, 내 마음 속에 어떤 아픔도 느꼈다. 내년이면 40이 되는 장가 못 간 아들이 측은하기만 하였다. 아들의 외로움이 얼마나 클 것인가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에는 자기 일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하였는데, 이번에 생각해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말은 없지만 얼마나 저의 마음은 힘들 것인가?        

 

사람이란 자기만의 인생의 길을 걸어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아프면 누구도 대신 아파 줄 수 없고, 힘이 되어 줄 수 없다. 부모 자식간에도 자기 살기에 바쁘면 부모에게 소홀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부모님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젊었을 때 지병으로 돌아가신 아버님은 거동이 불편하여 늘 방에만 누워계셨는데, 매월마다 아버님의 용돈 독촉을 편지로 받곤 하였다. 흔히 하는 말로 돈이 생길 구멍이 없는 시골에서 술드시랴 소소한 용돈이 절실했을 것이다. 아버님은 술 때문에 병이 나셨는데 돌아가실 때 까지 술은 끊지 못하셨다. 물론 우리 아버님이 술을 잘 드신 배경은 춥고 힘든 바닷일 하시느라 몸을 따뜻하게 해줄 소주 한잔 씩 마시며 일하다보니 술이 몸에 베인 것이다. 어려운 일 하시는 분들이 술 잘 먹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것이 이해가 간다. 나이 먹고 나는 그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취업한지 얼마되지 않아 박봉에 가정을 건사하기도 힘든 때였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흡족하게 돈을 부쳐드릴 수 없어서 우리 집사람이 너무 힘들어 했다. 그러다, 아버님은 가시고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목돈 한번 드릴 수 없었던 불효가 마음에 너무 아프다. 형편이 어려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우리 어머님은 돌아가실 때 까지 자식에게 무슨 용돈을 주문하신 적이 었다. 고향에 전화하면 늘 건강하고 괜 찮다는 말만 하셨다. 그렇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힘들어도 자식이 걱정할 까봐  늘 괜찮다고만 하신 것이다. 나는 지금 생각해 본다. 내 같으면 자식들에게 힘들다고 말하고 무엇인가 얼마를 더 보내 달라고 할 것 같다. 물론 며느리 생각에 그렇게 할 용기가 날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자식과는 서로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아 거리도 멀어질 지 모른다. 능력이 되지 않는데 요구하면 무리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인생이란 무엇인지 모르겠다. 단지 인생이 무상하다는 것만을 느낀다. 인생은 쓸쓸하고 힘들고 고독하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자기만의 트랙을 달려가는 어떤 경기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어떤 회한이 많이 밀려온다. 나는 무엇하고 살아온 것인가? 나는 나의 도리를 다하고 살아온 것인가? 생각만 해도 부끄럽고 허탈하다. 마지막에 내가 갈 때는 나는 무슨 말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한번 오면 누구나 가는 것, 그 인생의 여로에서 광대같은 내 인생의 필름을 보면서 오늘도 하염없는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