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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생각 노트

폭염 비상 - ( 2021.07.16 )

by the road of Wind. 2021. 7. 16.

2019.08.03 강원도 영월 봉래산(802.6m) 별마로천문대에서

 

폭염 비상 - ( 2021.07.16 )

 

 

무더운 날씨다. 무더위 속에서 일상도 확 변하고 말았다. 도무지 바깥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집에서는 더위를 피하려 옷을 얇게 입다가 그래도 더워 힘들면 팬티만 입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내 생애 처음으로 팬티만 입고 있을 때도 있네. 지금의 폭염은 가을로 들어서야만 끝날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에어컨이 팡팡 터지는 곳으로 '피서사냥'도 나갈 수도 없어 더욱 고통이다. 

 

오늘은 2018년의 폭염으로 힘들게 지낸 기억을 떠올려본다. 그 무더운 해, 2018. 8. 1에는 서울의 기온은 39.6℃, 홍천은 무려 40℃까지 올라갔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폭염 기록이다. 그 당시 나는 년초에 일자리도 잃어버리고 인생의 노년병으로 할일 없이 집에만 있을 때였다. 지금 부터 불과 3년전의 일이다. 내 실업의 시절 처음 맞이하는 봄에는 전철을 타고 영종도, 춘천 등 가볼만한 곳을 가방하나 메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할일도 없는데 집에만 있을 수 없고, 이제 내 노후의 시간들을 하고싶은 일이나 하면서 살아가자고 마음 먹었었다. 할일 없는 노인들에게는 전철요금이 무료여서 너무 좋았다. 가벼운 등산도 하고 그러며 지내는데, 여름철에 들어서자 듣도 보도 못한 미증유의 폭염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무더운지 집 안에서도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아침 먹고는 간단한 가방만 챙겨서 집사람과 함께 에어컨이 잘 터져 시원한 전철역 쉼터, 동내 도서관, 백화점, 대학도서관, 대학병원, 국립박물관, 심지어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까지 다니며 더위를 피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노인들이 어찌 알고 왔는지 자리를 찾을 수 없다. 눈을 이리저리 크게 뜨고 자리 하나 있나 살피기 일쑤였다. 명당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서로 눈치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나중에는 갈 곳이 없을 때는 전철을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참으로 괴로웠던 한 해의 여름이었다. 그리고 밤이면 밤마다 습한 열대야가 찾아와 견딜 수 없었다. 시원하다는 한강가 다리 밑에서도 강바람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저녁이 되면 청담대교 등 전철이 가까운 한강가에는 무수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듯 하였다. 친구끼리 저마다 돗자리 깔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떤 젊은이들은 한강가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아예 저녁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 해가 떠올라도 모르고 잠자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아마 요즈음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폭염, 폭우, 태풍 등 자연재해가 일상화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사용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 지구가 몸살을 앓고있는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여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유래없는 폭염으로 북미지역은 산불로 비상사태를 맞고 있으며,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홍수로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지구 '운명의 날 시계 (Doomsday Clock)' 가 자정에 까워 지고 있다고 한다. 운명의날 시계는 미국의 원폭계획 추진 핵 과학자 그룹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이 인류에게 핵위협을 경고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처음으로 고안한 시계라고 한다. 최초 1947년 23:53분. 1953년 23:58 (미.소 수소폭탄 실험 성공), 2018년 23:58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진전. 핵 전쟁 위험성), 2020년: 23:58분 20초 (세계지도자들 핵전쟁과 기후변화 대처 실패), 그러면 2021년은? 코로나19까지 팬데믹으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으니 더욱 마지막 지점 자정에 가까워져 갈 것이다. 운명의 날 시계의 시침이 자정을 가리킬 때 지구촌 인류는 최후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 하루하루가 폭염으로 무더운 데, 모든 나라의 상황이 암담한 것 같다. 슬기롭게 이 지구촌의 어려움이 극복되는 날을 기다리며, 코로나19에서 해방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