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추억의 재발견
- ( 2022.05.12 )
최근에 TV에서 홈쇼핑 프로그램을 보다 자연산 산오징어에 대한 판매 광고를 보고, 앗, 저거다! 하고 무릅을 쳤다. 살아있는 오징어를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고? 놀랍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2kg의 살아있는 오징어를 주문했다. 자연산 활오징어를 회로 실컷 먹어보기 위해서다.
나는 오징어회를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은 횟집에서 살아있는 오징어를 먹기 힘들었다. 횟집에서 활어회를 시키고 또한 오징어회를 더 시키기에 양도 많고 부담된다.
오징어회에 대한 추억 이라고 하면 내 나이 30후반의 여름 휴가시 속초에서 였다. 그 당시 두 아이들을 데리고, 설악산 구경하러 속초로 갔었는데, 인근의 대포항에 아침 일찍 나가면 살아있는 활오징어를 어선으로 부터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일찍 일어나 버스를 기다려 타고 대포항으로 나갔다. 그 당시에는 일반인은 자가용이 거의 없어서 보통 버스를 이용할 때이다.
대포항에 도착하고 보니, 오징어 잡이 어선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고, 방파제에는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살아있는 오징어를 넣어두고 싸게 파는 노점상 아주머니들이 많이 보였다. 나는 여기에서 활오징어 몇마리를 회떠서 도시락 케이스에 넣어 숙소로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숙소에서 아침을 지어 아주 맛있게 오징어회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나는 너무 오징어회를 맛있게 잘 먹어 지금도 그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곤 한다.
어제 온라인 주문한 자연산 생 산오징어는 그 다음 날인 오늘 오후에 집 문앞에 도착하였다. 스티로폼 사각통에 3마리씩 급속냉장 시켜 각각 비닐 포장 용기에 넣어 보내왔다. 받고 보니, 앗, 오징어를 손질하여 회로 떠야한다. 나는 오징어회를 받아 먹기만 해보았지, 직접 손질하여 회를 떠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오징어는 간단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먼저 가위로 오징어 머리 부분을 갈라 내장 부분을 제거하고, 다리 부분을 잘라내고, 눈 부분을 떼어내고, 다리 가운데 숨겨져 있는 예리한 오징어 이빨이 있는 부분을 도려내야 했다. 그리고, 약간 따스함이 느껴지는 흐르는 물에 오징어를 팍팍 문질러 깨끗이 씻는다. 요즈음 비브리오균이 염려되어 더욱 여러번 문질러 씻는다. 이렇게 손질하고 도마 위에서 막상 회를 뜨려하니, 앗, 오징어 등 부분의 얇은 껍질을 떼어내야 했다. 그동안 횟집에서 사먹었던 오징어회에서 이러한 부분은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을 제거해야 안전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맨손으로 이것을 떼어내려니 보통 힘든게 아니다. 미끌미끌하고 끊어져 나가니 손톱으로 겨우 다시 잡아 끌어 떼어내야만 했다. 아이쿠, 오징어회 한번 먹기 힘든다. 가늘고 길게 썰어 나오는 횟집의 오징어는 지금 생각하면 환상적인 모습이다. 손질한 오징어를 가늘고, 길고, 가지런하게 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았다.
나는 오늘 절실히 느꼈다. 횟집에서 그냥 남의 돈 먹는 것은 아니구나! 나는 앞으로 절대 집에서 살아있는 활어를 직접 사지는 않겠노라고 명세했다. 싸고 가성비 좋은 것만 잘 찾는 내가 오늘 한방 제대로 얻어 맞았다고 생각되었다. 그냥 돈 주고 남이 잘 해주는 것 사먹는 것이 최고구나 하고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오징어 절대 쉽게 볼 것 아니다.
오늘 나는 6마리 오징어 중 3마리를 먼저 썰어먹고, 부족하여 다시 한마리를 더 손질하여 썰어 먹었다. 나머지 두 마리는 통찜을 해서 먹어볼까 한다. 오징어 통찜? 이것도 기대되는 바이다.
아, 먹는 재미여! 오징어 4마리를 실컷 맛있게 먹었다. 오감의 만족 중에서 먹는 재미는 실로 큰 것이다.
오늘은 살아있는 초코오징어와 씨름하고, 그리고 직접 회를 떠서 맛있게 냠냠한 날로 기억 되겠다. 나는 집사람과 시장 가면 무조건 냉동 오징어에 눈길이 머물며, 이 녀석들을 사서 집사람에게 맡기곤 하였다. 그러면 식탁에 삶은 오징어가 초장과 함께 오르곤 했었다. 아, 집사람이 오징어 손질하여 삶아 내어놓는다고 얼마나 귀찮고 힘들었을까 반성하게 되었다. 앞으로 손질되어 있지 않은 오징어는 절대 쳐다보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먹는 재미만 알았지, 남의 수고하는 손은 생각하지 못한 나의 무지여! 나는 오늘 큰 교훈 하나를 얻었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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