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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일상들 ( life )

성남 모란장터 / 2011-08-29

by the road of Wind. 2011. 8. 30.

성남 모란장터 / 2011-08-29

 

분당 영장산에 다녀오다 시계를 보니 오늘이 성남 모란 5일장 장날이다. 태재고개에서 17-1번 버스를 타고 모란역앞에서 내렸다. 모란역 근처까지 사람들이 북적댄다. 성남모란장은 4일, 9일 열리는 5일장이다.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큰 장터이다. 장날 여기 장터에 가면 없는 것이없다. 화초부터, 가축까지 참 어지간하다. 먹거리도 풍성하다. 장터 한켠에선 풍물패들이 요란하다. 모란장 근처 골목에는 기름짜는 집들이 유명하다. 모처럼 모란장터를 둘러보고 안주 무제한 리필의 칡막걸리 한잔(2,500원)과 맛있는 등갈비(1인분 6,000원)에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과분한 식도락을 즐겼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과일도 3꾸러미(1꾸러미 5,000원)를 사서 등산가방에 억지로 우겨넣고 집사람을 즐겁게 할 준비도 하였다. 집에오니 좀 늦기는 하였으나 과일 때문에 별탈없이 저녁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과일 어떤가?" "맛있어요." "그럼 됬네." 오늘 하루 나는 기분 좋은 등산과 장터 구경과 식도락으로 일상의 조그만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 

 

모란시장에서는 인간의 냄새가 진하다. 먹고 살기 위하여 아우성이다. 성시를 이룬다는 말이 이런 곳에서 나왔을 법 하다. 이것 볼랴 저것 볼랴 눈이 바쁘다. 삼삼오오 포차에 앉아서 입 놀리기 바쁘다. 행복한 모습들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던가? 모란장터 초입에서 저 뒷편 구석지까지 돌아보았다. 장터와 떨어진 이면 공터엔 공허한 바람만 불어왔다. 주변의 허름한 집들은 개발제한에 걸려 오랜 세월 모습 그대로다. 이제 보금자리 주택지로 보상을 받고 나가기도 하고 개발바람이 불고있다. 모란시장도 옆으로 옮겨갈 예정이라고 한다. 시골같은 비닐하우스등이 있는 들판(?)의 저멀리에는 성남 신청사가 보인다. 천억단위로 돈을 쏟아부어 지었다는 청사다. 시청사가 왜 저렇게 화려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모란역에 나가니 수원등으로  나가는 시외버스정류장 앞엔 길게 장사진이다. 전철안에서는 늙으신 할머니를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리를 절며 지팡이에 의지하면서도 저 광명 아들집으로 간단다. 조그만 손수레에 고향 상주에서 가져온 고사리등을 라면박스에담아 장에 내다 팔고 간다고 한다. 올해는 고추등 농사가가 엉망이라고 걱정한다. 서민들의 삶이 피폐 해 지겠다. 아무렇게 널려있는 신문에는 불경기 시작되다 라는 타이틀 기사가 였보인다. 세상은 항상 만만치가 않다. 먹고 살기가 힘들다. 오늘 모란시장에서 삶의 역동성과 엄중함을 보고 느꼈다. 아무리 여렵더라도 우리는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일단 살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죽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난 오늘 등산을 하면서 길을 잘 못 들어 되돌아 나온적이 있다. 다시 나와서 뒤 돌아 보니 좀더 넓고 반질한 길을 선택하지 못 한 것이 잘 못이었음을 알았다. 길은 넓은 길, 곧은 길, 사람이 많이 다닌 길을 가야 하는 구나. 별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의 전철을 밟아야 한다. 그리고 나니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좁은 길로 가라. 거기엔 영생이 있다. 영원한 생명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큰길로 간다. 그러나 그러한 길로 가지 마라. 너는 좁은 길로 가야한다. 영원한 생명과 안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 갑자기 정신이 번쩍드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깨달았읍니다. 좁은 길로 가야 하겠읍니다. 수긍은 되는데 좁은 길은 험난할 것 같다. 편하지 못 하고 위험하고 핍박받고 어려울 것 같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 나의 짐은 가볍다. 걱정하지 마라. 길가의 풀도, 새들도 입고, 먹고, 자는 것을 걱정하지 아니한다. 하물며 너희는 얼마나 귀중한 사람이냐? > 나는 아직도 이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 나는 조용한 등산길에서, 시끌 벅적한 장터에서 인간을 배우고 세상을 배우고 인생을 생각하며 내 자신의 처지를 돌아 보았다. 세상과 인간과 자연이 모두 아름답다는 생각에 이른다. 현실의 삶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조그마한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