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풍차

야간 열차 / 2011-09-02

by the road of Wind. 2011. 9. 4.

야간 열차  / 2011-09-02

 

 

 

 

 

 

안나여,

어두운 저 가없는 공간에서

명멸하는 불빛을 보았느냐?

 

저기 저 끝이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구나.

 

안나여,

야간열차가  칠흑같은

블래홀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들리는 것은

약간 기분 좋은

규칙적인 파열음 뿐이다.

 

안나여,

저기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흔들리며

외로이 점멸하는 불빛에

나는 정신이 아득하고

혼미해져 가고있다.

 

 

안나여,

잠깐만이라도

애증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겠느냐?

 

안나여,

아주 조그마한 순간에라도

어두운 기억들을 걷어 낼 수 없겠느냐?

 

안나여,

저기 저 명멸하는

불빛들을 다시 한번 보아라.

 

안나여,

만일 우리가 찰라에

살고 죽는다면

우리 앞에 무엇이 남아 있겠느냐?

 

안나여,

우리에게 마지막까지

놓지 못 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꿈이더냐?

추억이더냐?

회한이더냐?

사랑이더냐?

 

고향 부모이더냐?

자식들이더냐?

형제자매더냐?

 

안나여,

마지막 열차가 떠나고 나면

플렛홈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안나여,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했느냐?

 

안냐여,

저 끝없는 어둠속에서

사라졌다 나타나는

불빛의 행렬들을 보았느냐?

 

어둠이 어둠에게

무슨 일을 하겠으며,

밝음이 밝음에게

무슨 말을 하겟느냐?

 

새벽의 여명을 위하여

간단없이 야간열차는

달리고 달린다. 

 

안나여,

우리들은 무엇이냐?

 

새벽 미명의 종착역까지

숨가쁘게 달려가는

야간열차가 아니겠느냐?

 

 

 

 

 

 

 

 

 

 

 

 

 

 

 

 

 

 

 

 

 

 

 

 

'카테고리 구릅 > 내 마음의 풍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원동 국밥집에서 / 2011-09-18  (0) 2011.09.18
철마산에서 / 2011-09-17  (0) 2011.09.17
思 故鄕 / 2011-09-02  (0) 2011.09.02
회색 오전 (2011-08-20)  (0) 2011.08.20
뒷골목 풍경 / 2011-08-03  (0) 201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