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508m) - 서울 동북부의 아담한 산 (2011-12-23)
수은주가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차거운 날씨다. 나는 별수없이 산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어디로 가야하는가? 옛 친구같은 불암산을 찾아 가게 된다.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수락산등의 명성에 가려져 그 빛을 발하지 못 하는 산이다. 그러나 불암산과 한번 조우하게 되면 그 단아하고 아름다운 자태에 단박에 반하게 되는 산이다. 아름다운 암벽과 깨긋한 자태에 끌리게 된다. 산의 키가 낮아 크게 부담되지 않는 것도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이다. 이 세상에 불암산과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상계역에 내리니 거의 1시가 되어간다. 바람기가 없어서 다행이다. 추운 날씨탓에 인적 많지 않은 불암산으로 입산해 들어간다. 단정하게 반들거리는 등산로가 사람을 반겨 주는 것 같다.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쓸쓸하다. 여름의 그 싱그러운 분위기는 간데 온데 없고 침잠되어 있는 모습들이다. 나무들도 겨울을 힘들게 지난다. 나는 불청객처럼 말없이 산을 오른다. 모든게 다 시절에 따라 살아 가는 것이다. 세상 살다보면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 외롭고 괴로울 때도 있노라고 말 해 주고 싶다. 나무들은 모여 있으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방풍림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 세상 사람들도 서로 서로 따뜻한 온기가 되어 줄 수는 없을까? 생각하면서 산을 오른다. 365일 싸움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집단도 있다.
한해가 거의 지나 가려 하니 많은 사람들이 생각나고 머리를 스쳐간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기도 하고, 폐를 끼치기도 하고 살아 온 것 같다. 년말에 생각하면 해년마다 그렇다. 인생의 길은 힘들다는 생각이다. 하나의 걱정을 넘으면 또 다른 근심이 다가 오는 게 인생의 과정인 것 같다. 돌아보면 근심, 걱정이 끊임 없는 인생길이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길을 가야 한다. 나의 길이 조금은 힘든다 하더라도 가슴 치지 않고 감내 하겠다고 생각하고 산을 오른다.
불암산은 기암괴석이 많다. 그러면서도 바위의 자태가 단정하다, 바위도 깨끗하다. 구질 구질 하지 않다. 불암산 능선길을 타면 중간에 불암정에 오르게 된다. 사명대사의 글이 여기 저기 보인다. 이 곳에서는 정면으로 불암산을 대면하게 된다. 정상엔 태극깃발이 펄럭이며 바위 봉우리가 삼각형 모양으로 우뚝하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옛날에는 난 코스였는데 지금은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누구라도 쉽게 정상에 다가갈 수 있다. 다시 힘을 내어 정상부위로 발걸음을 옮긴다. 바위 로프를 잡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기도 하여 드디어 정상에 다달았다. 사방의 경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동서남북의 경치가 눈을 시원하게 한다. 등산의 힘든 과정이 눈녹듯이 사라지는 순간이 이러한 순간이다. 정상에 서면 지나 온 힘든 험로라도 마음에 두지 않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등산은 정상을 밟아야 한다. 그 순간 기쁨과 희열을 맛 볼 수 있다. 등산시는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치톤피드 같은 물질을 마시게 되며, 엔돌핀 같은 물질이 증가되어 고통이 기쁨으로 화(化)하는 것이다. 등산을 지속하면 중독같은 증상이 오는 것이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등산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 하는 고통과 기쁨을 느끼는 특이한 과정이다. 그리하여 등산은 인생의 행복이 돤다. 하산은 깔닥고개 좌측의 남양주 화접5리 방면으로 내려갔다. 하산길의 음달에서는 눈이 녹지 않고 아직 그대로 이다. 바람없는 청명한 날씨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 된다. 어느 정도 내려 가니 불암사에서 회심가인가 확성기 소리가 들려온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듣기에 좋다. 불암사는 대한 조계종의 한 기도도량이다. 불암사는 828년 신라 현덕왕 16년 지중국사가 창건 하여 도선국사 재창, 무학대사가 삼창을 였다고 한다. 불암사에는 <불암사경판>, <석씨원류응화사적책판>등 문화재가 있다. 불암사를 지나고 일주문을 지나서 차도를 따라 화접5리 버스정류소로 나왔다. 이 곳으로 내려 오는 동안 많은 음식점들이 있다. 인간사는 먹고 마시는 역사인지도 모른다. 사는 것이 먹는 것이고 먹는 것이 사는 것이다. 화접리 주위엔 별내신도시 건설이 한창이다. 한적한 옛 모습은 없어지고 아파트 빌딩숲이 여기 저기 올라오고 있었다. 자연을 지키기란 참 힘드는 일이다.
등산코스:
*상계전철역- 재현중고- 정암사- 주능선- 정상- 상계 전철역
*상계전철역-영신1슬랩-영신2슬랩-해골바위-헬기장-정상-불암공원
*태능-불암산-덕릉고개-흥국사-수락산-의정부시(15km, 6:30)
*남양주 불암동- 불암사- 석천동- 정상- 덕능고개- 상계동 버스종점(2:30분)
*남양주 45번 버스종점 - 불암사 - 등산로 - 정상 - 내원암 - 화접리(2: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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