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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풍차

어떤 시간 - (2012-10-27)

by the road of Wind. 2012. 10. 27.

 

 

2011/11/7 도봉산 오봉에서 / canon 30D

 

 

 

어떤 시간  -  (2012-10-27)

 

가을 비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오전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캔 맥주 하나와

고향에서 보내 온 멸치

삶은 계란 하나를

식탁위에서 마주하고

창 너머 원경(遠景)을 바라본다.

 

오랜만의 한가한 시간

온 방은 텅 비어있고

시계의 초침만

조용한 공기를 흔들고 있다.

 

생각은 깊어져만 가는데

지나온 세월이 아득하여라.

살아 온 길 생각하니

구비구비 풍진세상

힘든 길 걸어 왔다.

 

이제 세상의 헛된 

모든 열망(熱望) 내려놓고

슬픔은 슬픔으로 달래고

기쁨은 기쁨으로 기뻐하고

행복은 감사하며

힘든 일 보석같이 생각하며

나의 길을 걸어가리라.

 

그런데 작은 소망

머리에 맴돌아

내 자식들 잘 살기만을 바란다.

큰아들네 행복하게 살아야지,

막내 아들 어서 좋은 짝 만나야지,

내 만나 고생 많은 마누라여

이제 행복하여야지,

울 엄마 건강 하셔야 하고,

내 동생들 잘 살아야 하고.

 

그리고,

나에게 부탁한다.

더이상 슬픈 노래 따위는 부르지 말고,

부디 건강 해야 하고,

부디 행복해야 한다,

앞에 선 여명(餘命)의 여정(旅程)을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아가야 해.

이제 모든 것

세월의 흐름에 맡겨버려라.

 

창가 빗방울

하염없이 맺히는데

작은 생각 사념들

구름 따라 흩어져간다.

 

집안이 적막 강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