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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일상들 ( life )

성동 송정뚝길 - (2013-11-06)

by the road of Wind. 2013. 11. 7.

성동 송정뚝길  - (2013-11-06)

 

성동 송정뚝길은 서울시 선정 걷고싶은 길 (하천길) 중 하나이다. 송정동 뚝길~살곶이다리~응봉역~응봉산 코스로 산책을 하면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코스가 될 것이다. 오늘 오후 성수동에 자동차 정비 받으로 갔다 잠깐 공간시에 정비쎈터 건너 뚝방길로 산책을 나갔었다. 뚝방길에 올라서니 산책로변에 서있는 가로수의 단풍으로 가을이 깊어져 버렸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재깍 재깍 시간이 가고, 하루가 가고, 한달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자연은 알게 모르게 천변만변 하는 것 같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게절의 변화를 더욱 실감하게 해 준다.

 

뚝길을 걷다 보니 이형기 시인의 대표작 <낙화>란 시가 보인다. 맑은 영혼을 소유한 자 만이 쓸 수 있는 그런 시 이다.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1933~2005): 경남 진주에서 태어남/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국문과 교수 역임/ 시집:《적막강산》,《그해겨울의 눈》등.

 

 

  

 

  

  

 

 

 

나는 늦은 가을 날 뚝방길 위에서 낙화 대신 낙엽을 보면서 내 영혼의 가을을 보고있다. 안개 낀듯한 중랑천은 먼 곳이 희미할 뿐인데 강가의 차도엔 차량들이 바쁘다. 나는 갑자기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산다는 것은 먹는 다는 것이며, 먹는 일이 사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결론이 그렇다. 살기 위하여, 먹기 위하여 죽을 힘으로 차량들은 달리고 있는 것이다. 달리는 차량은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고,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달리고 달린다. 정신을 똑 바로 차리고 나아간다. 사는 것이 그런 것이다.

 

"숲을 짜르라, 나무는 짜르지 말고. 위험은 숲으로 부터 온다. 숲과 애욕을 짜르면 그대는 해탈에 이르게 될 것이다."

cut down the forest, not the tree; danger comes out of the forest and desire, O mendicants, do you attain freedom.

- (법구경, '길의 장'에서).  

 

숲은 고뇌를 뜻한다. 고뇌와 애욕을 끊어야 자유함을 얻는다는 뜻이리라. 가을 숲은 스스로 몸집을 줄인다. 나무는 지체에 붙은 모든 것들을 스스로 버린다. 왠지 가슴이 답답하다. 가슴속 무언가를 편지로 써서 저 흐르는 강물에 던지고 싶다. 편지는 강물 따라 흐르다 사라질 것이다.

 

 

 

편지    -  피천득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피천득(1910~2007) 시인, 영문학자, 수필가/ 1910년 한성부에서 출생/ 중국 상하이의 호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 서울대 영문학 교수/ 2007년 서울에서 97세를 일기로 노환으로 별세함/ 1930년《신동아》에〈서정별곡〉등 발표 등단/ 시집: 《서정시집》,《금아시문선》, 수필집 《인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