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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길 (trekking)

하남 고골, 남한산성 벌봉 - (2013-11-13)

by the road of Wind. 2013. 11. 16.

하남 고골, 남한산성 벌봉  - (2013-11-13)

 

오전에 집에 있으려니 이것 저것 생각할 일도 있고 머리도 조금 무거워 집사람과 손자를 집에 남겨두고 나홀로 가까운 하남 고골로 향했다. 잠깐 바람이나 쏘이고 싶어서였다. 하남 고골은 하남시 상사창동 남한산성 아래 역 U자형 분지를 이루는 곳으로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이곳은 입구 주변에 음식점들이 산재해 있고. 도시풍의 집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어느정도 조용한 시골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남은 서울에 인접한 아름다운 도시로 강과 산이 어우려져 천헤의 자연 환경을 이루고 있다. 나는 하남에서도 조정경기장 부근 한강변과 상사창동의 고골을 좋아하게 되었다. 내 마음에 드는 풍광이 있기 때문이다. 고골 주차장에 12시반경 도착하니 차도 몇대 없어 한가하였다. 잠깐 채비를 하고, 고골 입구에서 농로를 따라 남한산성을 바라보며 조용한 길을 산책하니 내 마음이 시원해진다. 주변의 산자락은 만추의 색깔이 여전하였으며,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가을 걷이가 끝난 논배미에서는 쓸쓸한 기색마저 느껴졌다. 계곡길을 따라 오르니 숲은 우거져 있고 마지막 빛바랜 나뭇잎들이 전체적으로 하모니를 이룬 듯 아름답다. 남한산성 일원으로 등산을 참 많이도 하였지만 이곳 등산로는 처음이다. 왜 이곳으로 한번도 하산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능선에서 이곳 계곡을 바라보면 숲이 너무 우거져 보이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부담이 되어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것 같다. 이곳 산행은 처음이지만 아주 좋다. 남한산성 주변의 등산로 중 가장 조용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등산을 하면서 자식들 생각, 그리고 나와 집 사람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해가 갈 수록 이런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 지금 며늘아이가 둘째를 임신중에 있는데 육아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우리 집사람도 둘째까지 키워주기에는 몸도 좋지않고 체력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여기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다. 작은 아이는 아직 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것도 걱정거리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보지만 시원한 해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마음만 답답해 진다. 그러면서 산길을 계속 치고 오르는데 주변의 나뭇잎들이 하나 둘 씩 떨어지고 등산로 위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낙엽 위를 걷자니 미끄러운데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우스개 소리로 "인생 남은게 뭐 있나?"하여 파안대소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소리가 갑자기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다, 내게 지금 남은게 뭐있나? 인생은 물과 같은 것인데. 내 힘으로 되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순리대로 살아가고 순리대로 풀어가자 하는 생각도 스쳤다. 내가 자식들에게 해 준게 무어 있는가? 최선을 다해 자식들을 돕다 죽으면 그 한가지로라도 부모 구실을 하는게 아닌가? 이제 그런거라도 하고 죽으면 최소한의 도리는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도 미치게 되었다. 혼자 오르는 산길은 쓸쓸했지만 마음만은 뜨거워졌다. 걷다보니 어연 벌봉 바로 가까이 다다랐다. 집 사람과 오후 3시 약속이 있어 전화를 하는데 지금 몇시인데 언제 오겠냐며 퉁명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차, 내가 벌봉이 문제가 아니다. 집사람이 문제다. 하고 그자리에서 하산을 하였다. 내려 오는 길은 오를 때의 계곡 좌측 능선길로 내려왔다. 거의 계곡 마지막에 이르니 성문사란 아주 조그만 절이 나왔으며, 이곳에는 약간의 주차 공간도 있었다. 여기에다 주차를 할 수도 있었네 하면서 고골 입구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가벼운 산행을 하는 가운데 인생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다. 타인의 문제에는 해법이 눈에 보이기도 하는데, 자기의 문제가 되면 이것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보통의 인생임을 느낀다. 인생은 오솔길이며 굽이 굽이 돌아가는 길이며 항시 변화하는 길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남한산성 벌봉으로 오르는 길:

 

 

 

 

 

 

 

 

 

 

  

 

여기에서 우측으로 계곡 길을 따라 올라갔다 하산시는 좌측 능선길로 내려왔다.

 

 

 

 

 

 

 

 

 

 

 

 

 

 

 

◎ 벌봉 아래 무너진 성곽있는 지점에서 하산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