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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일상들 ( life )

도심 걸어보기, 낙산공원 - (2014-01-17)

by the road of Wind. 2014. 1. 17.

도심 걸어보기, 낙산공원  - (2014-01-17)

 

 

아침 도심에서 해장국을 한 그릇 먹고, 막걸리도 한 병 마시고 홀로 무작정 거닐어 보았다. 어제 있었던 우울한 일을 잊어버리고 생각을 조금 정리 해 보기로 한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 스트레스에 약해지기 마련인데, 술을 한잔하고 걸으면서 그 일을 잊어버리고 털어버리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침 일찍 사람이 없어 한가한 도심을 음악을 들으면서 거닐었다. 누가 보면 외국인이거나 무슨 이상한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형편으로 걷고 있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대로변 이면 도로를 거니는 것이 좋았다. 아주 오래된 영화 속을 거닐듯 60, 70년대의 낡은 다닥 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모여있는 도심 돈화문의 주택가 골목길이 운치가 있었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내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지?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여러가지 생각과 궁금증이 일어난다. 이어폰에서 터지는 야니의 아크로폴리스 공연 실황이 아주 아름답고 시원하게 귀전을 울린다. 종로를 지나고 종묘를 지나고 동대문으로 나와 낙산성곽길을 따라 올라갔다. 도심의 성곽길이 참 좋다. 이 곳은 아주 옛날 나의 고향 친구가 술한잔 하자고 친구들을 창신동 집에 초대 해서 가 본적이 있는데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어설프다. 성곽을 따라 올라가 야산 꼭대기에 있는 어느집 단칸방에 세들어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낙산 성곽길을 걷자니 세월의 무상함이 절감된다. 이렇게 이런 속도로 세월이 흐른다면 우리가 이 지상에 살아있을 기간도 얼마나 되겠는가? 하는 엉뚱한 방향의 생각마저 들게된다. 옛날 친구 집 근처에 가니 동네분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일대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던 할아버지에게 내 친구 임모씨를 아시냐고 물었다. 그려? 그런 사람이 이 근처 집에 살았던 것 같은데 아주 옛날 이사가고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아오던 그 집도 비어있을거요? 하신다. 배우지 못해서 힘든 일을 하면서 살아가던 그 친구 생각이 아련하고 그리워 진다. 피차 삶이 힘들어서 연락도 못 하고 살아 온 세월이다. 낙산공원 정상부 공터에 올라 성곽 너머 도회지 건물들을 바라보니 황사 영향인지 우중충한 모습이다. 사진도 몇장 찍으면서 성곽 반대쪽 길을 따라 동대문역으로 내려와서 집으로 향했다. 걷다보니 생각이 정리되고 가슴이 조금 틔이는 것 같았다.         

 

 

○ 종로3가역 근처 돈화문 주택가 골목길:

 

 

○ 종묘:

 

 

 

○ 낙산 성과길 초입 동대문교회 앞:

 

 

 

 

 

 

 

 

 

 

 

 

 

 

 

 

낙산공원 정상

 

낙산공원에서 바라 본 삼선동 방향의 흐린 모습.

 

 

 

 

동대문과 주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