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갈비 가족 - (2014-05-31)
우리집은 외식을 했다하면 10에 7, 8은 숯불돼지갈비다. 옛날 내가 젊었을 때 서울 올라와서 제일 맛 있게 먹은 음식이 포장마차 돼지갈비였다. 주말 저녁 나절이면 밖에나가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 한잔과 같이 먹던 양념돼갈비가 너무나 맛이 있었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잘 쟁여놓은 양념돼지갈비를 석쇠에 올려놓고 구워주면 소주 한잔과 같이 밤바람을 맞으며 일자형 긴 의자에서 한잔 한잔 마시게 되는데, 그때의 그 맛과 기분은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였다. 젊은 날 나에게는 세상에 이것 이상 맛있는 음식이 없었던 것 같다. 자연히 우리집 아이들도 어릴 때 돼지갈비집에 많이 갔었는데 그래서인지 우리 식구 모두 돼지갈비를 좋아한다. 한마디로 '돼지갈비가족' 인 셈이다. 지금도 우리 식구들은 외식을 하게되면 돼지숯불갈비 부터 떠올리게 된다. 엇그제 월말 토요일에도 막내 녀석이 출장 다녀와 저녁을 하자고 하여 외식을 나갔는데, 집에서 부터 무엇을 먹을까? 어떤 곳으로 갈까? 하다가 결국 풍납동 소재 <화로구이> (송파구 풍납동 504 / TEL: 02-488-3737) 집으로 가게 되었다.
풍납동 화로구이 집 고기는 먹어보니 고기의 질이 참 좋다는 생각이다. 야채도 풍성하게 나왔으며 사용하는 숯도 참숯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아 보였다. 오랜 만에 제대로 된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된 것 같다. 우리 집 바로 길 건너에도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숯불돼지갈비 체인점이 있어 잘 다녔는데 최근에 와서 주인이 바뀌더니 왠지 고기에 노린 냄새가 나기도 하고 그간의 맛과 다르게 변해 버렸다. 그래서 강을 건너 강남까지(?) 돼지갈비를 먹으려 가게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참 잘 먹었다. 이 집의 동치미는 양도 풍성하게 주었지만 맛도 좋았다. 숯불 위에 고구마를 3개 올려 주었는데 나중에 이걸 먹어보니 이것도 별미였다. 어릴 때 많이 먹은 탓에 고구마는 질려 싫어하는데 오늘 이 고구마는 맛이 있었다.
돼지갈비 때문에 오랜만에 북한산 아래 깡시골같은 전원(?)같은 곳에서 살던 나의 아주 젊은 시절이 떠오르며 그리워졌다.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벼가 누렇게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주변 들판 길에서 고향의 정취를 느껴보며 막걸리 한잔을 걸치곤 하던 생각도 난다. 그 때는 가진 것은 없었어도 삶이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집에서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하던 집사람에게는 말 못하게 미안할 뿐이다. 그런데도 불평의 말 한마디 없이 아이들을 잘 키워낸 집 사람에게 감사할 뿐이다.
돼지갈비가족들은 언제나 돼지갈비를 맛잇게 잘도 먹는다. 서민의 음식 돼지갈비. 우리 아이들이 모두 결혼하여 분가해 나가서도 손자들을 대동하고 모여 언제까지나 돼지갈비 맛을 기억하며 맛있게 음식을 잘 먹기 바란다. 손주들이 돼지할비 돼지할비 하고 웃겨도 나는 기분이 좋으리라. 매우 좋으리라.
규모가 대단하였다. 주말이어서인지 주로 가족단위다. 2층에는 두배 정도 더 큰 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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