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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일상들 ( life )

오랜만의 도심 추억 - (2014-07-24)

by the road of Wind. 2014. 7. 25.

오랜만의 도심 추억  - (2014-07-24)

 

시내에 나갈 일이 생겼다. 치과 임플란트 치료 때문에 시내를 나게 된 것이다. 치료를 받고 옛 추억을 떠 올리며 옛날 내가 즐겨 찿았던 청계천변에 있는 세운상가 주변을 돌아 보았다. 오랜만에 옛날의 도심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가물 가물 하던 나의 기억이 순간 새롭게 되고 나는 옛 추억 때문에 가슴 설레이게 되었다. 추억은 빛 바랜 상자에서 꺼내 보는 아름다운 보석 같은 것이리라. 어제의 일 처럼 생각되는 옛 추억 때문에 가슴에 여러가지 생각이 밀려왔다. 아, 옛날 나는 시간적 여유가 날 때 이 곳에 자주 왔었지... 그 때가 좋았었군...하는 식이다. 시간은 비가역적 현상이어서 과거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없으므로 추억에 대한 회상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세운상가(世運商街): 시 종로구 종로 3가와 퇴계로 3가 사이를 잇는 2층형 상가 단지이다. 일본제국주의;는 2차대전 당시 적군의 폭격에 대비하여 아무런 건물도 짓지 않고 공터로 남겨두는 소위 '소개공지' 조성 사업을 하였는데, 당시 식민지인 한반도에도 이를 시행하였으며 세운상가터도 소개공지의 하나였다. 그 후 1950년대 6.25 동란을 겪으면서, 이 곳에 전쟁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과 월남한 이주민들이 판잣집을 지어 살기 시작했고,사창가도 들어서 난립했으나 1966년 부임한 김현옥 서울시장이 이를 정리하고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 라는 뜻을 담아 은 상가를 세울 것을 결정하여 오늘의 세운(世運) 상가가 건설되기에 이르렀다. 2003년에 이르러서 청계천 복원 사업이 진행되면서 청계천 주변 상가의 대규모 정비가 이루어졌으며, 2006년 취임한 오세훈 시장은 세운상가의 철거와 일대의 공원화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상가는 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8년 북쪽에 있는 현대상가부터 철거가 시작되었고, 세운전자상가는 '세운초록띠공원' 이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2010년 청계천 남쪽의 청계상가 철거에 들어가 2012년까지는 퇴계로까지의 모든 상가를 철거할 계획이었으나, 철거되지 않았다. 현대상가이외는 기존의 철거 계획이 백지화 됨에 따라 건물을 녹색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으로 영업을 정상적으로하고있다.

 

내가 정말 오래만에 세운 상가를 가게 된 동기는 나의 오디오 때문이다. 옛날 옛적에 명동 입구에서 오랬동안 직장 생활을 한 나는 주말 퇴근 시간에는 시간이 남아돌아 을지로 일대를 걸어서 세운상가까지 가서 그 곳에 있는 오디오 가게에 자주 들르 곤 하였다. 그 곳에서는 외제 중고 오디오 가게 들이 많았는데 맘에 드는 오디오 시스템이 있으면 음악도 들어보고 거기 사장들과 이야기도 나누곤 하였다. 그 당시 형편이 여의치 않아 고가인 중고 오디오를 당장 살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는 꿈에 그리던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하리라는 포부(?)를 갖고 즐겨 찾아 다녔었다. 용산 전자상가, 청계천 세운상가, 을지로 입구 지하상가, 강남 서초 전자랜드 등 많은 곳을 할 일 없이 이 곳 저 곳 다니며 구경하며 좋은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참 좋았다. 그 당시에 나는 좋은 음향을 찾아 머리 속엔 음향기기가 온통 들어 차 있는 것 처럼 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오디오 가게 갈 형편도 못 되면서 그런 가게에 가서 좋은 음악을 들어보면 어떤 경우에는 온 몸이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무튼 말 할 수 없이 좋았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였지만 소위 말하는 오디오 명기(名器)들에서 흘러 나오는 음향을 들어보면 실로 감탄할 만 했다.  그러다가 값싸고 오래된 그러면서 괜찮다고 알려진 스피커를 하나 구입했는데 그것이 미국 infinity사에서 제작한 <infinity kappa-9>이란 스피커 였다. 톨보이 스피커인 이 놈은 내 키 정도 되었다. 이 놈 때문에 고생 께나 했다. 그런데 이 스피커를 사서 용달차에 싣고 집에 가져오긴 했는데 집에 있는 앰프와 물리니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모기 소리 같았다. 허허, 이걸 어쩌나? 참 황당했다. 당시 나는 영국제 뮤지컬 피데리티 저출력 앰프와 탄노이 소형 톨보이 스피커를 쓰고 있었는데 이 앰프가 출력을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난감한 상황이 되었고, 하는 수 없이 인피니티 카파 9 에 맞는 앰프를 찾아 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출력 250watt 이상의 미제 SUMO사의 SUMO Andromeda 2 파워앰프와 Athena 프리앰프를 발견하고 이것을 매칭 시키니 소리가 잘 나와서 이 앰프를 구입해 오기도 하였다. 정 들었던 뮤지컬피델리티와 탄노이는 팔아 버렸다. 땀 흘리며 찾아낸 인피니티 스피커와 스모 안드로메다 앰프였다. 이후 나는 아주 만족하며 음악을 잘 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 오래된 높이 152cm, 무게가 54KG, 4way 7 스피커의 타워형 스피커가 말썽을 부리고 있다. 스피커가 세로로 무려 7개가 붙어있는데 중역 폴리그라프를 사용한 우퍼 2개가 깨지고 내려 앉은 것이다. 너무 오래되어 자연적으로 삭아 내려 앉게 되었다. 인피니티 스피커 제작 년도가 1987년도 부터 였으니 오래 되기도 한 물건이다. 이 녀석의 중역 폴리그라프 k midbass 우퍼를 재생하여 보려고 세운상가를 찾았으나 지금은 재질이 없으며 구 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고칠 방법도 없게 되었다. 소리는 나고 있으니 그대로 조금 쓰다가 버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오늘도 세운상가 오디오 샵에서 quad 606 앰프와 AR 스피커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크라식 음악을 들으니 또 다시 흥분이 되는 것 같았다. 다른 가게에서는 무슨 진공관 앰프와 이태리제 스피커를 물려 쾅쾅하고 재즈를 틀어 주는데 감동이 말 할 수 없었다. 다시 옛날 그 시절로 되돌아 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나이 먹고 무슨 오디오 겠는가?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오디오는 무슨 오디오? 하면서도 스피커를 바꾸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오늘은 명함만 여러 장 받아왔다. 눈에 봐 둔 값싸고 소리 좋은 소형 스피커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참으로 오랜만에 세운상가를 돌아보니 마음이 참 젊어지는 것 같았다.

 

 종로3가 파고다공원도 구경하고...                                                              < photos by nikon coolpix L20 >

 

 

 

 

 

 

 

 

 

 종로 거리에서...

국일관 건물...

 

 

종로의 어느 골목...

 

세운상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