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산책 - (2015-10-04)
집 사람과 오늘 오후 모처럼 한강 산책을 나갔다.
뚝섬유원지역 청담대교 아래 광장, 공원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뚝섬 나눔 장터가 열린 것 같았다. 보통 토요일에 여는데 열리는 날짜가 일요일로 바뀐 건지 사람들이 많았다.
청명한 가을의 날씨다.
바람이 불어 평소 잔잔하던 한강에도 잔 물결이 일어나 반짝이고, 산책로 주변의 억새풀의 흔들림은 가을의 느낌을 더했다.
뚝섬유원지역 광장... 사람들이 많다.
'아름다운 가게' 행사가 있었나 보다.
친구, 가족, 연인인 듯 쌍쌍히 앉아 한강을 바라보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
묘한 일이다. 강만 보면 마음이 뛰는듯 하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주로 놀았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 나는 것 같다.
집사람과 같이 산책을 나온지가 아주 오랜 것 같다. 사실 내일모래가 나의 생일이다. 집사람과 나는 동갑에다 생일도 거의 비슷하다. 오후에 밖에서 가족끼리 식사나 하자고 시간을 잡아놓고 시간적 공간에 같이 나온 것이다.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강변을 걸으니 기분이 좋다. 내년 이맘 때면 공식적으로도 우리 둘 모두 노인으로 인정된다. 우리 내외가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되었나 하고 느낀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같은데......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좋은데 ...." 어쩌고 하는 유행가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 그 노래를 부르고 싶어진다.
아, 이 나이에 세월은 쏜살같이 흐르는데 어떻게 살아야 후회없는 삶이 될까? 하는 생각들이 많아진다. 지금부터 칠십 중반까지는 정말 최선을 다해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칠십을 넘긴 분들을 보면 매우 늙어보인다. 아, 나도 저 처럼 될터인데......어떨 때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아직 조금 팔팔한 시절...그게 칠십까지인가?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집 사람 걸음걸이도 예전 같지 않다. 그 아름답던 젊을 때의 아름다움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지금은 천상 할머니다. 세월의 무게가 온몸에 녹아져 잇는 것 같다. 집 사람이 보는 나의 모습도 마찬가지리라.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갈대잎을 볼 때 왠지 노인의 하얀 머리가 생각난다. 노경(老境)을 아름답게 보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여건은 그게 아니다. 어떻게든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그런 일은 없도록 기도하여야 한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할 일을 모두 마무리 지어야 한다. 나는 하나를 하지 못 하고 있다. 어서 우리 둘째가 장가드는 일이다. 거리에는 무수한 아름답고 참한 아가씨들이 많은데 우리 며느리는 어디에 있을까? 궁금하다.
올 가을 까지는 어떻게든 성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도 틀린 것 같다. 내년 봄, 가을을 기약해야 한다. 답답하다.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우리 막내가 이번 생일에는 어머님 반지까지 해 준다. 나에게도 아버님 무엇이 필요하신지 말씀하세요 몇번을 말한다. 괜 찮다고 극구 말렸는데 어디 놀러나 가시라고 돈을 조금 챙겨준다. 심성 좋고 착한 우리 막내 아들의 마음씀이 너무나 고맙다. 미안할 정도이다.
아, 가을도 훌쩍 떠나고 말 것이다. 강변은 쓸쓸 해 지고 모든 풀은 마를 것이다. 풀의 영광도 강물의 빛 남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계절이 다 가기전에 어디론가 가서 단풍을 보며 가을을 깊이깊이 느껴야 한다. 가을 냄새를 코로 맡으며 더욱 더 음미하여야 한다. 시간을 아깝게 생각해야 한다.
오늘도 강가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가야한다. 실은 이 곳에 나오기 전 가을 코스모스를 원없이 보려고 구리토평 한강시민공원으로 갔었다. 그러나 진입을 할 수 없었다. 차량이 꼬리를 물고 대단했다. 코스모스 축제가 있나? 그래서 차량을 되돌려 다시 돌아와 이곳으로 나오게 되었다.
갈대를 보면 '갈대의 순정'이란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가을 하늘이 아름답다. 자연이 푸른 캔버스에 하얀 구름을 뿌려 놓은 것 같다. 아,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에 소풍을 나온 것이다 라고 영탄하지 않았던가?
강가를 바짝 붙어 걷다 위로 올라가 본다. 강가 길, 중간 산책로, 그 위에 자전거 도로, 그리고 뚝섬유원지 공원이 나온다. 올 해는 조금 이 곳 풍경이 조금 특이해졌다. 여기 저기에 모두들 귀여운 텐트를 가지고 나와 잔디밭에 쳐놓고 책도 보고, 잠도 자고, 음식도 먹고, 놀이도 하고... 아주 즐겁게 논다. 부럽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환경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즐기게 하려는 배려인 것 같다.
풀들이 아직 시들어버리기 전 아름답게 보인다. 인생도 그러하리라.
저 빛나는 열매를 보아라. 결실의 기쁨이 넘치지 않는가? 나무의 기쁨이다.
'뚝섬자연학습장'...팻말하나가 더욱 이 곳을 돋보이게 한다. 어떤 곳을 특정짓는 표시다. 이름이 생겨난 것 이다. 산도 정상석이 세워져 있으면 달리 보인다. 모든 것은 저의 이름을 가져야 한다. 존재 의미다. 그리고 그 이름 값을 해야만 그 존재는 아름답다.
이 곳은 주차장이 많고 넓기도 하다...
젊은이들은 항상 역동적이다... 패기가 넘친다...
화무 십일홍...그러나 꽃이 시들지 않고 있다.
기타 치며 놀 수 있는 젊은 마음은 이제 어디로 갔는가? 오랜만에 정겨운 풍경을 본다...여럿이 어울려 있는 모습에서 사람의 향내가 나는 것 같다.
청소년들의 천국이다.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운치있는 버드나무 ...
어, 집에 가자. 고기 많이 잡았다. 매운탕도 끓이고...회도 뜨고...맛있게 먹어보자.....부자의모습이 정답다...
'배달 존' 이란 곳도 있네? 여기에 와서 어디로 음식을 배달 해 달라 시켜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좋은 아이디어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의 오후 한 때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들의 산책은 뚝섬유원지역을 기준으로 왼쪽 일부를 원을 그리듯 돌아 여기까지 되돌아왔다.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이제 선진국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나라든 들여다 보면 문제점 투성이지만 여유로운 일상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가? 반도의 허리가 잘려 있고 휴전의 위중한 상태가 오래 계속되는데도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인류역사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우리 민족이 얼마나 대단한가.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런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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