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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구릅/내 마음의 풍차

오후의 정지 - ( 2018.06.08 )

by the road of Wind. 2018. 6. 8.

오후의 정지 - ( 2018.06.08 )


모든 시멘트 건물들이 햊빛을 받아

백색으로 빛나고 있다 밖의 열기가 내 방쪽을

넘겨다보고 지나갈 듯 말 듯 한다

느린 동작의 흰 구름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정지한 것 처럼 보이고 나태한 일상을

함께 하려는듯 내려다 보고 있다

거리에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농산물을 가득 싫은 트럭 한대가

곧 마이크음을 퍼뜨릴 기색을 하고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한다

나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다볼 뿐

미동(微動)도 하지 않고 있다. 오후는

지금 정지 상태다 전화벨이 갑자기 울린다

받지 않는다 귀찮은 설문조사임을 안다

나는 생가없이  가만 앉아있다

그러다 그동안의 긴장의 스프링을

조금씩 잘라서 저 허공으로 방사한다

모든 사람들은 어디에 숨어있을까?

새들이 풀섶에서 주변의 소리에

긴장하며 먹이를 찾고 있듯 사람들도

어디엔가 몸을 숨기고 손발을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둘러쳐진 회상의 울타리를 넘어가

밤톨 하나를 줍고 아카시아 꽃 냄새도 맡아보고

느티나무 그늘 아래 앉아본다

그리운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모두 어디갔나 

아무도 없는 곳이 슬퍼져 몸을 돌린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외면하는 것일까

갑자기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낀다

지극히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서럽다 나만 어쩌란 말이냐

오후는 정지하고 있다 분명히 움직이지 않고

나만 바라보고 있다 나는 시선을 옮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억에서 딸그락

그릇 소리가 들린다 시계를 바라본다

오후 3시가 끝나가는 시점이다 바쁜 것은

오직 시계바늘 뿐이다 그 무한반복의 움직임이

나를 무섭게 한다 그런데도 오후는 정지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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