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 ( 2019.12.09 )
오늘은 나와 우리 집사람의 41주년 결혼기념일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장모님의 상황이 있어 거기에 신경쓰느라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그리고 저녁 때에 테이블 카렌다를 보고 이 사실을 알았다. 생각하면 까마득한 옛날 같다. 어려운 내가 어떻게 하여 집사람을 만나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는지 꿈만같다. 집사람을 만나고 나서 부터 내 인생의 모든 일이 잘 풀리고 나는 깊은 가난의 질곡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나에게는 몸을 누일 수 있는 따뜻한 방과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따뜻한 밥과 국 한 그릇이 가난을 면하는 길이었다.
나는 결혼 후 아들 둘을 보았고, 큰아들은 결혼을 하여 분가하였으며, 미혼인 작은 아들은 결혼 적령기를 지나 짝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예쁜 손자와 손녀도 보았다. 나는 우리집 사람이 자식을 잘 낳아주고, 어려운 살림에도 잘 키워 준 수고를 고맙게 생각한다. 항상 남편에게 순종적이고 묵묵히 집안 살림을 해왔으며, 시부모도 항상 챙겨드려 나의 부족함을 보완하여 주었다. 속 썩이는 동생들이 있어도 인내하고 수용하며 넘어가고 그리하여 나를 불효자로 만들지 않아 고맙다. 우리집 사람은 남처럼 화장품 하나 제대로 사서 써보지 않았고, 옷 한벌 제대로 사서 입어보지 않았으며, 오직 자식들에게 헌신하였다.
이제 우리는 동갑내기로 내년이면 70이된다. 앞으로 우리는 남은 여생을 건강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걱정거리 없이 잘 지낼 수 있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절대 짐이 되지 않게 하려고 한다. 우리는 부부로 살면서 주변의 누구에게 폐를 끼친 적이 없다. 힘들어도 남에게 꾸는 삶을 살지도 않았으며, 부모님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물질로나 마음으로 빚을 지지 않았다. 모두 우리집 사람의 덕택이다. 나는 오늘 우리의 결혼 41주년을 맞이하여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팔불출 같은 소리지만 우리집 사람이 고맙고 대견하다.
남양주 능내리 다산유적지....다산 정약용 선생 생가 ( 2015.03.08 )
여유당 ( 2015.03.08 )...
回婚 (회혼)
- 다산 정약용 (1762~1836):
六十風輪轉眼翩 (육십풍륜전안번) 육십 년 세월, 눈 깜빡할 사이 날아갔는데도
穠桃春色似新婚 ( 농도춘색사신혼 ) 짙은 복사꽃, 봄 정취는 신혼 때 같구려
生離死別催人老 (생리 사별 최인로) 나고 죽는 것과 헤어지는 것이 사람 늙기를 재촉하지만
戚短歡長感主恩 (척단환장 감주은) 슬픔은 짧았고 기쁨은 길었으니 성은에 감사하오
此夜 蘭詞聲 更好 (차야 란사성 갱호) 이 밤 목란사 소리 더욱 좋고
舊時 霞帔 墨猶痕 (구시 하피 묵유흔) 그 옛날 치마에 먹 자국은 아직도 남아 있소.
剖而復合眞吾象 (부이복합진오상) 나뉘었다 다시 합하는 것이 참으로 우리의 모습이니
留取 雙瓢 付子孫 (유취쌍표부자손) 한 쌍의 표주박을 자손에게 남겨 줍시다.
* 목란사(木蘭辭): 중국 장편 서사시로, 작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북위에서 지어졌으며, 목란이란 어린아이가 늙어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차림으로 전쟁터에 나간 지 10년 만에 공을 세우고 금의환향 한다. 그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은 목란이 여자임을 알게 되었다는 내용을 시화한 것이다.
♣ 다산 선생은 15세 때인 1976년 부인 홍씨와 결혼해 만 60년을 회로하였으며, 결혼후 20여년을 유배생활로 떨어져 살았다. 이 시는 회혼일 3일 전에 이를 기념하기 위하는 마음으로 지었으나, 뜻밖에 회혼일 아침에 세상을 떠났으며, 이 시가 그의 생애 마지막 글이자 시가 되었다. 부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느껴지는 시이다. 자식 사랑 또한 가없이 느껴진다. 다산이 강진에서 10년째 귀양 살이를 할때 병석에 누운 아내가 시집올 때 입었던 치마를 보내왔다. 아내의 마음을 헤아린 다산은 치마를 잘라 첩(帖) 몇 권을 만들고 두 아들에 대한 당부를 적어 보냈다. 노을처럼 빛 바랜 붉은 치마에 썼다 해서 ‘하피첩(霞 帖)’이라고 했다고 한다. 다산은 문집에 하피첩을 만든 사연을 ‘형제가 이 글을 보면 감회가 일 것이고 두 어버이의 은혜를 뭉클하게 느낄 것이다.’ 라고 썼다. 가슴 뭉클하다. 부부의 따뜻하고 깊은 사랑과 자식애는 후세에 언제나 귀감이 될 것이다. 인생의 아름다운 마침이고 결말이다. 다산 선생을 마음으로 우러러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다산 유적지에서 참으로 많은 감회를 느끼고 인생에 대하여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 ( 2015.0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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