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이 쓰다 - ( 2020.02.28 )
집 문제로 아들에게 서운하다는
문자를 날렸던 오후시간이 지나고
저녁을 먹으려니 밥맛이 쓰다.
왜 자제(自制)를 하지 못했는지
후회가 되고 자괴심이 들어
밥맛이 쓰디 쓰다.
잘 못 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욕은 모두 아들이 먹는다.
하여튼, 밥맛이 쓰다.
우리 손자 얼굴 생각하면
들었던 밥술을 놓고 싶다.
왜 그런지 마음이 찡해지고 괴롭다.
할배 늙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 밥맛이 쓰다.
세상 뉴스가 어지럽다.
간사스런 이중의 언행들에
속이 뒤집어지고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는다.
모든 게 불안하다. 창궐하는
우한 바이러스 역병(疫病)에
마음대로 어디를 나가지도 못한다.
평안해야 할 노경에 이 꼴이 무엇이냐?
땀 흘리고, 고생 많았던 인생인데
모든 게 부질없고 한스럽다.
오늘 저녁 입이 칼칼하다.
밥이 넘어가다 목에 걸릴 것 같다.
밥이 쓰다. 쓰디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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