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의 실종
폭설이 찾아왔다고 야단이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폭설이
야밤에 소리없이 찾아 온 것이다.
폭설의 얼굴은, 하얀 얼굴은
누군가의 한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마음에 묻어 씻겨지지 않던 것들이
폭설 때문에 잊혀지노라고 말들했다.
폭설의 밝은 눈꽃을 보자마다
홀로 설레이던 밤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오후,
서운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 되었다.
폭설은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누구와 몰래 손잡고 도망을 친 것인가?
아, 폭설을 도저히 잊을 수 없으리리라.
왜 이리도 눈물이 그쳐지지 않는가?
코로나로 지친 삶의 설움이
일시에 나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 ( 2021.01.13. )
♠ 집사람이 저녁 밥상에 올릴 아구탕을 만들어 보려고 한단다. 그런데, 야채 하나가 없는데, 이걸 어떻하나? 한다. 나는 해 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인데 불현듯 생각났다. 오늘 운동도 하지 못했는데 운동도 할 겸, 그리고 내 오랜 손목 시계들이 전지 고갈로 멈춰버렸는데 전지약도 교체하고, 참나물이라는 야채도 사오고, 그러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아구매운탕도 맛있게 먹을 수도 있고, 말하자면 1석4조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컴퓨터를 켜고 시계전지를 교체해 줄 금은방, 시계점을 찾아본다. 아, 그런데 금은방 시계점이 집 근처에는 없다. 옛날에는 어디를 가던 거리에 그 많던 시계점 금은방들이 어디로 가버렸는가? 이게 시대를 반영하는 것인가 싶었다. 핸드폰에 시간 표시가 되어 손목 시계도 잘 차지 않게되는 그리하여 시계는 일종의 악세사리 개념이 되어서인가? 그리고, 요즈음 처럼 금값은 비싼데, 젊은이들은 비혼을 택하는 시대 아닌가? 이해가 되는 듯하다. 컴퓨터에서 시계점 서치를 하다 멀리 명일역 근처에 있는 금은방을 찾게 되었다. 다른 곳은 쥬얼리라는 이름으로 보아 젊은이들 악세사리라 파는 곳 같았다. 빠른 속도로 옷을 집어 입고, 빙판 길을 예상하여 등산화도 신고 길을 나선다. 근처 산 아래 길을 걸을 때는 얼어있는 눈길이다. 조심한다. 잘 못하여 넘어져 고관절이라도 다치면 끝이다. 그런데, 차도 곁의 인도로 나서자 눈이 깨끗이 녹아 없어졌다. 제설제 염화가리 뿌려진 흔적을 본다. 엊그제 폭설 때문에 곤혹을 치르더니 관청에서 오늘은 잘 대처한 것 같았다. 가는 길이 높지 않은 산 고개 하나를 넘어 가야 하기 때문에 이곳은 눈을 제거하지 않으면 곤란한 길이다. 평소에 우리 집사람 교회 갈 때 내가 차로 교회까지 태워다 주는 일직선의 길이다. 다만 고개를 넘어가는 것 뿐이다. 해 지기 전에 빨리 가자. 고개를 넘으며 강동교교 정문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 하나를 본다. "경축 제 몇 회 졸업 어느 선배님 판사 임용" 아, 자랑스런 플래카드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 부모님들은 얼마나 기쁘겠는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으면 판사에 도달 했겠는가? 우리 손자들 얼굴이 떠오른다. 민초를 심판하는 책무의 판사직이 얼마나 무거운 것일까? 인간에겐 한계가 있다. 스스로를 교만하지 말고,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정의를 실현하는 겸손하고 용기있는 판사가 되어주길 바란다. 자기 출세를 위해 정치현실에 기울이지 말고, 민초를 받들고 통곡하는 마음으로, 하늘의 뜻과 정의를 지상에 실천하는 천사가 되어 목숨을 걸고 판결에 임하여야 할 것 이다. 고개를 넘어 지나고 차도 곁을 주욱 따라 걸어 명일역 사거리에 도착한다. 그런데 밝혀진 불빛 속에서 금은방을 찾지 못하겠다. 마침 신호등에 멈춰있는 택배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대각선 방향이다. 금은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람들이 서있고 물건을 보고 있는데, 시계는 하나도 진열되어 있지 않았다. 앗, 여기서 시계약을 간다고? 그런데, 시계 커버를 여는 공구를 꺼내어 시계를 열어본다. 시계 하나는 외부에서 전지약 커버를 열어 약만 가는 스타일인데 오래되어 시계 장착하는 홀이 망가진 것 같이 지저분 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뒷면 커버를 열어보는데 방수 고무패킹이 단단하지 못하다고 한다. 하나는 아들이 차던 시계인데 10년은 더 된 것 같고, 하나는 내가 직장 생활할 때 산 것인데 방치해 놓고 등산 등 운동할 때만 차던 것인데 25년도 넘은 것 같다. 이제 이 녀석들과 굳바이 할 때가 가까워져 오는 것 같았다. 전지약 값은 5,000원, 8,000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 머리 속에는 시계약 가는데 5,000원 이상 주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막무가네 10,000원으로 흥정하고 금은방을 나왔다. 아, 손해 본 기분이면 안된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나의 머리 속 관념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가까운 명일재래시장으로 간다. 참나물을 사려하는 것이다. 동네 재래시장은 사람 사는 훈풍을 느끼게 한다. 생선가게의 한판 1만원의 낙지나, 비닐 봉지에 담겨진 5,000원쯤 할 것 같은 멍게, 그리고, 1만원이라고 되어있는데 2마리인 갑오징어, 이건 싼 것 같다. 그리고, 커다란 입 큰 아구 한마리...등등 눈을 떼기 힘든다. 야채가게에서 참나물을 묻는다. 없다고 한다. 다른 가게를 찾아보려 시장통 길을 걸어간다. 떡집도 눈길이 간다. 나는 엇그제 아래집에서 젊은 엄마가 먹어보시라고 갔다 준 '야심 잔기지떡' 이라는 브랜드명도 특이한 떡 한팩을 받아 먹고 너무 맛있어 놀라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서 어떤 떡 집을 본다. 하나 집어 들고 싶다. 시간도 촉박하고, 오늘은 시장에서 산 것을 들고 고개 넘어 집까지 더 늦지 않게 빨리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집사람 말한 것만 사려고 한다. 그런데 어디에도 참나물은 없다. 대신 나는 90 잡수신다는 할머니 노점 가게에서 미나리 한 묶음을 2,000원에 사고, 고구마 5개가 든 비닐 봉지 (5,000원) 하나를 사서 가방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90 잡수신 할머니가 운영하는 시장 끝 입구에 있는 작은 노점상, 건강을 생각하면 축복인가? 노년의 편한 삶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인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가는 길에 우리가 다니는 교회 건물도 나온다. 커다란 교회가 어둠에 쌓여있다. 코로나로 인적이 없어진 것 같다. 옛날에는 사람들 발길이 많던 곳인데 지금은 비대면 예배이고 소모임 등도 금지 상태다. 답답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울고 싶을 때 수시로 교회에 나와 기도하고 가는 어머님들을 더러 보곤 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하나가 인류를 집중 공격하여 모든 삶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 인류는 백신으로 대항하려고 한다. 우리를 살릴 코로나 백신이여 어서오라. 어느 지인이 보내온 카톡 사진에는 사찰같은 건물 앞 나뭇가지에 흰 고무신발이 한켤레 걸려 있었다. 백신 필요하신 분? 나는 배꼽을 잡고 웃은 일이 있었다. 빨리 집에 가야한다. 집사람이 오매불망 기다리신다. 밤에 길 가를 비추고 있는 전등을 친구 삼아 집으로 달리다 싶이 걸어갔다. 아, 그런데, 집에 도착하여 물건 꾸러미를 살펴본 집 사람이 야단이다. 고구마는 본인이 얘기한 집에서 사지 않아 볼 품이 없고, 왜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는냐? 미나리는 오래 되었는지 쓸 부분 제하면 나머지는 물러터져 어디다 버려야 하느냐? 고 한다. 칭찬 들을 줄 알았던 내가 오히려 물건 제대로 사지 못해 역공을 당한다. 허허, 참 별일도 다 있네? 이럴 때는 종용하여야 한다. 그동안 내가 배운 수단이다. 어쨌던 나는 운동을 하였고, 그리고 아구매운탕을 먹을 것이다. 샤워하고 나오니 집사람이 팔팔 끓인 아구탕이 식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싱싱한 미나리의 푸르름이 아삭할 것 같은 느낌으로 아구매운탕과 같이 하는데, 앗, 이맛이야! 왜 집사람 음식 실력은 나이 들 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가? 오늘 저녁 집사람의 꾸지람을 상쇄하고도 남는 아구매운탕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막걸리 딱 두 잔과 소주 딱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오늘은 행복하다. 좋은 날이다.
그런데, 그 아름답던 눈꽃송이들은 어디 갔는가? 사라지고 없었는데, 마음이 허전한 것 같다. 모든 것은 사리지는 풀잎과 같은 것인가? 가는 세월이 빠르다.
○ 산 책: 걸음수 7,849steps, 소모열량 298kcal, 거리 5.49km, 소요시간 01:11hrs (5;11~6:48, pm), 속도 4.7 km/h.
○ 코 스: 강동고교사거리 - 숲길교 고개 - 명일동 - 명일역 사거리 - 명일시장 ( 왕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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